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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an 06. 2024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문학회 모임이 있는 날이다.  내가 쓴 글을 인원수만큼 인쇄를 해서 가지고 가야 하는데 지난번 모임 때도 속을 썩이던 프린터기가 또 말썽을 부렸다. 이렇게 저렇게 손을 써 봤지만 소용없었다. 인쇄하기를 포기하고 프린터기를 거실 탁자에 그대로 두고 모임에 다녀왔다.
  



 퇴근한 남편은 거실 탁자에 놓인 프린터기를 보더니 또 안돼냐고 물었다. 노트북에 뜨는 에러의 번호를 보며 인터넷 검색을 했다. 한참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잉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바로 쿠팡으로 잉크를 주문했다.
저녁에 주문한 잉크가 다음 날 오후에 도착했다. 예전 같으면 직접 발품과 시간을 팔아야 했는데 참 편한 세상이다.
 


  프린터기에 잉크를 교체한 남편은 내게 인쇄를 해 보라고 했다. 쉭쉭 소리를 내더니 A4용지에 까만 글씨가 예쁘게 올라앉아서 사르륵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떨어졌다.

인쇄가 잘 되는 것을 확인한 남편이 목에 힘을 주며 의기양양 생색을 냈다

"고맙습니다라고 해봐!"

예전의 나는 " 됐어!"라며 돌아섰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머리가 거실 바닥에 닿도록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복 받으세요!"

남편이 껄껄껄 웃으며 받아쳤다.

   "복은 당신이 받아!"

   "아니야. 당신 복이 내 복이니까. 당신이 받아서 나 주면 돼."

 돈이 드는 것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아닌데 늘 표현을 아끼던 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주 표현한다. 처음은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억지로라도 자주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긍정의 표현은 하면 할수록 살이 붙어 다시 내게로 왔다. 그만큼 부부가 웃을 일이 많아졌다.

 오늘 아침  사과를 깎고 있는 남편 옆에 슬그머니 앉으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옆에 건강하게 있어 줘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와 긍정의 표현은 순간이 행복하고 하루가 행복하고 매일이 즐겁다. 스스로 건강한 에너지를 만들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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