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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an 07. 2024

상추 한 쌈 더하기 행복 한 쌈



 나는 겨울만 되면 비닐하우스 타령을 했다. 그때마다 남편은 내년엔 꼭 만들어 주마 약속했다. 하지만 비닐하우스는 여전히 도돌이로  남아있다.


막상 하우스를 설치하려면 문제가 많았다.

집 앞 텃밭에  설치려니 좁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그리고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을 가려  미관상 좋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번번이 미루고 있다.



  겨울상추를 먹으려고 지난 10월에 씨앗을 뿌렸다. 싹을 틔운 상추는 김장할 때쯤엔 제법 자랐다. 그런데 그대로 두면 추위에 잎이 다 얼어 먹지 못하게 된다. 해마다 애써 키운 상추를 그렇게 버렸다. 이번 겨울에도 또 버리게 될 것 같아서 남편에게 비닐이라도 덮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철근을 구부려 지지대를 세우고 비닐을 씌웠다.

 따뜻한 남쪽나라 산청에선 그렇게만 해도 겨울을 충분히 지낼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상추가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해서 비닐을 거두었다. 그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상추는 제법 잎을 넓히고 키를 키웠다. 결로현상으로 잎마다 물방울을 대롱대롱 달고 있었다.

자라면서 자리가 비좁아진 상추가 빼곡했다. 공간확보를 해 주려고 군데군데 상추를 뽑았다. 뿌리를 잘라 내는데 쌉쌀한 상추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입 안에서는 먹지도 않은 고기가 돌아다녔다. 남편에게 퇴근하면서 수육용 고기를 사 오라고 전화했다.


  나는 상추를 씻고 수육을 만들어 저녁상을 차렸다. 남편은 상추에 고기를 야무지게 싸서 입안에 욱여넣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이 솟구쳤다. 사는 게 별 건가? 이렇게 사는 게 행복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추 한 쌈에 행복 한 쌈을 더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젊어서부터 귀촌을 꿈꾸던 부부는 어느 날 갑자기 도시의 삶을 미련 없이 던져 버리고 시골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도 귀촌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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