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저녁을 먹으며 KBS의 고정 프로 6시 내 고향을 보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두 명의 리포터가 용산구에 있는 용문 전통시장에서 녹두빈대떡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보던 남편 입에서 신창복이(시아버님의 함자)도 녹두빈대떡 좋아했는데 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술을 좋아하시던 시아버님은 명절 때마다 녹두빈대떡을 구워드리면 소주를 곁들여 맛있게 드셨다. 고인이 된 지 20년이 지났건만 남편의 기억 창고에는 아직도 살아 있었다. 나는 녹두빈대떡이라는 말에 입덧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떠 올랐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입덧으로 인해 밥 냄새를 맡으면 누런 똥물까지 쏟아냈다. 물비린내 때문에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매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나는 녹두빈대떡이 절실하게 먹고 싶었다. 그것만 먹으면 입덧이 달아날 것 같았다. 이제나저제나 남편 퇴근 시간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녹두빈대떡이 먹고 싶다고 했다. 입 덧때문에 고생하는 걸 알고 있던 남편은 신발을 벗다 말고 다시 나갔다.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갔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이야 휴대폰이 있으니 전화라도 해 보겠지만 그때는 삐삐도 없을 때였다. 무작정 기다리는 방법뿐이었다. 두 시간 정도가 지나고 현관문이 열렸다. 남편 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난 보자마자 비닐봉지를 열었다. 접시에 담을 생각도 못하고 한 점 뜯어 입에 넣었다. 미처 씹기도 전에 그대로 뱉었다. 기름의 쩐내가 입안에 퍼졌다. 잠시 조용하던 위장이 뒤틀렸다.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주변의 식당마다 들어가 물어봤다고 했다. 하지만 녹두빈대떡을 파는 식당은 없었다. 결국 멀리 있는 재래시장까지 가서 사 왔다고 했다. 그런데 안 먹는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때가 6월이었다. 남편 얼굴은 땀에 젖어 있었다. 두 시간을 헤매고 사 온 남편의 성의를 생각하면 삼켜야 하는데 삼킬 수 없었다. 녹두빈대떡을 보면 그때의 역한 기름냄새가 생각나서 지금도 먹지 않는다. 아버님을 회상하는 남편에게 그때의 일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남편은 기억에 없다고 했다. 35년을 같이 살았건만 부부의 기억속에 녹두빈대떡은 동상이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