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내가 지킨다

by 작은거인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였다. 엄마는 그해 겨울에 막냇동생을 낳았다. 동생이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차지가 되었다.

그날도 엄마는 동생을 내 등에 업혀서 흘러내리지 않게 포대기로 묶었다. 돌아올 때까지 동생들 잘 보고 있으라고 당부하고 외출했다. 나는 나가서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막냇동생을 업은 채로 두 명의 동생을 데리고 마을회관으로 갔다. 그 앞에는 넓은 공터가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그 무렵 비석치기,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구슬치기등을 하며 놀던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에 빠져 있었다. 벽치기 게임이었는데 구슬로 하는 것은 다방구라고 했다. 동전을 벽에 던지면 튕겨 나와 상대의 동전 가까운 곳에 떨어지게 해야 한다. 엄지와 중지를 펴서 상대의 동전과 내 동전이 손가락 끝에 닿으면 이긴다. 동전은 이긴 사람이 갖는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동네 언니와 몇몇 아이들이 벽치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배에서 태어난 자매지만 나는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사방치기를 좋아했다. 두 살 아래 동생은 주로 남자들이 하는 구슬치기나 벽치기, 자치기를 잘했다.

벽치기를 잘하는 동생도 게임을 같이 하기로 했다. 손가락이 유난히 긴 동생은 그 게임에 아주 유리했다. 동전을 던지는 족족 동생이 이겼다. 계속 게임에 지고 있던 동네 언니가 손가락을 길게 늘여서 재는 것은 반칙이라며 시비를 걸었다. 지금까지 그 방법은 아이들 모두 사용하던 방법이었기에 반칙이 아니었다. 동생은 아니라고 반박하자 언니는 주먹으로 동생의 가슴을 치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잘못한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동생의 모습에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주 보고 있던 동생과 언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반칙이 아니라고 따졌다. 언니는 또 나를 밀쳤다. 등에 업힌 동생의 무게 때문에 휘청거리며 뒷걸음을 쳤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우리 자매를 함부로 대하는 행동에 참을 수가 없었다. 두 언니가 당하는 걸 지켜보던 동생마저 '우리 언니 때리지 마!'라며 울먹거렸다.(그 순간 꼭지가 돌았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나는 앞뒤 가릴 것 없이 포대기의 끈을 풀었다. "동생아 너 얘 좀 받아봐!" 하며 막내를 넘겼다. 몸이 가벼워진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레이저의 빛을 쏘며 언니의 눈을 노려봤다. 나보다 머리통 두 개만큼 키가 큰 언니가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내려다봤다. 긴 생머리는 엉덩이 위에서 찰랑거렸다. 세 살이 많았지만 내 동생이 억울하게 당하는 걸 보니 무서울 게 없었다. 씩씩거리며 노려보고 있는 나를 보며 '어디 덤벼봐!'라며 이죽거렸다. 나는 몸을 날려 양손을 언니의 귀밑으로 가져갔다. 손가락에 긴 생머리를 칭칭 감아 움켜쥐고 대롱대롱 매달렸다. 머리카락을 잡힌 언니의 머리통은 내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으로 향했다. ‘야! 이거 놔!’라고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굽혔다.

"내 동생이 잘못한 거 아니잖아! 언니가 잘못한 거잖아. 내 동생한테 미안하다고 해!" 라며 악을 썼다. 언니는 "너! 이거 안 놔! 빨리 놔! 너 죽는다!"라며 악을 썼다. 내 머리채를 잡으려고 손을 뻗어 보지만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친구들이 달려들어 우리를 떼어내려고 했다. 싸우는 소리에 근처에 사는 아주머니가 뛰쳐나왔다. 우리가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본 아주머니는 내 등짝을 때렸다.

"아이고 이년아! 제발 이 손 좀 풀어! 머리카락 다 뽑힌다."라며 사정했다.

"내 동생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 언니가 먼저 때렸단 말이에요!

내 동생은 내가 지킨다며 머리카락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동생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절대 풀지 않을 거라고 고집부렸다. 언니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과했다.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라는 말을 듣고 나는 손을 풀었다. 내 손바닥엔 머리카락이 한 움큼 잡혀 있었다.

그날 이후. 언니는 마을 공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우연히 나를 만나면 외면했다.

언제부턴가 언니가 마을에서 보이지 않았다. 언니 아래로 두 명의 남동생이 있었다. 큰동생은 나와 동갑내기 친구였다. 서울에 있는 공장으로 돈을 벌러 갔다는 소리를 그 친구에게서 들었다.


갑자기 그 언니가 궁금해졌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물었다.

"현주 언니는 잘 사니?"

"그럼 잘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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