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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an 27. 2024

시궁창 속에서도 꽃은 피고 있었다


 


  산청에 달맞이 회원 일부는 필리핀으로 봉사여행을 떠났다. 봉사여행에 함께한 일행은 달맞이 회원 6명과 초등학생과 중, 고등학생 그리고 간디중학교 선생님까지 13명이었다. 1월 8일 밤 김해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4시간을 날아 새벽에 세부공항에 도착했다. 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선교사가 마중 나와 있었다. 선교사의 안내로 숙소에 도착한 일행은 밤새 날아오느라 지친 피로를 잠으로 풀었다.     

  

 점심을 먹고 마트에 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장난감과 과자와 쌀을 구입했다. 선교사가 제공해 준 지프니를 타고 빈민촌이라 불리는 카나아스 마을에 도착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선교사는 언덕에 있는 큰길을 가운데 두고 높은 곳은 부촌이고 아래는 빈민촌이라고 설명했다.

길이 좁아 차가 들어갈 수 없어 걸어가야 했다. 길에는 사람과 짐승이 싸 놓은 분비물이 많으니 밟지 않게 조심조심 따라오라고 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는 흙길이었다. 웅덩이가 파인 곳엔 썩은 물이 고여 있어 악취가 심했다. 이어지는 비탈길 곳곳엔 투계용 수탉들이 다리가 끈에 묶여 있었다. 오만 쓰레기들이 방치되어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겨우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은 빛조차 들지 않았다. 그 긴 골목 끝에 교회가 있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선교사는 현지 사정을 설명했다.


19년 전에 이 마을에 들어왔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오래전부터 가톨릭 신자들이다. 그곳에 개신교(나는 종교에 대해서 문외한이라 이렇게 표현하기로 한다.)인 선교사가 들어와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고충이 있었다. 먹을 것을 줄 때는 몰려들었다가 이내 떠난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아직도 마음을 열지 않아 진행형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매일 마약에 취해 있다. 남자들은 투계장에 가서 닭으로 싸움을 시키며 도박을 한다. 돈을 따면 쌀을 사는 게 아니라 마약을 산다. 어쩌다 돈이 생기면 그날 모두 써 버린다.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 어른들 대부분이 글을 읽지 못한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교회에서 오전엔 저학년 오후엔 고학년에게 글을 가르친다.

그동안 꾸준히 선교 활동으로 처음에 가르친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다. 후원을 받아 대학을 졸업한 몇몇 아이들은 다시 마을로 돌아와 어린아이들을 가르친다.     

  봉사자들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교회로 모여들었다. 머여든 사람들은 어느새 교회를 가득 메우고도 밖에까지 줄을 서 있었다. 봉사자들이 자주 방문했는지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다.

  마을 아이들이 먼저 우리의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을 했다. 선생님들은 기타를 치고 아이들은 춤을 추었다. 우리도 어울려 함께 춤을 추었다. 모두가 노래하며 신나게 춤을 추는데 가슴이 마구마구 뛰었다. 목대울이 뻐근해지더니 울컥울컥 눈물이 솟았다.     

 답례로 우리 일행도 공연을 했다. 춤을 잘 추는 선생님은 걸그룹의 춤을 추었다. 마술공연도 펼쳤다. 어른들은 쌀을 나누어 주었다. 학생들은 아이들에게 과자와 학용품을 나누어 주었다. 어느 후원자는 마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라며 5백 장의 티를 보냈다. 만들어 간 천생리대의 좋은 점과 사용법을 설명했다. 

 공연이 끝나고 그들도 우리에게 직접 만든 팔찌를 선물했다. 선교사님이 쓴 감사의 손편지도 받았다. 함께 어울려 음식을 나누고 그들과 호흡하며 보낸 이틀의 시간은 내게 많은 생각들을 하게 했다.


 쓰레기와 생활하수. 분비물들은 비가 오면 빗물을 따라 계곡으로 흘러들었다. 계곡에 모인 온갖 쓰레기들이 썩으며 풍기는 냄새로 인해 숨을 쉴 수 없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가스 때문에 눈이 매워 뜰 수 없었다.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의 눈은 깊은 산속에 서 솟아나는 샘물처럼 맑게 빛났다. 해맑게 웃는 모습에는 걱정과 짜증 불안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꽃이었다. 부디 그 꽃이 시들지 않고 맘껏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카나아스 마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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