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작은 아들이 제주도에 직장을 잡았다. 우리는 가족여행도 하고 작은 아들 응원 할 겸 제주도에서 모이기로 했다. 수원 사는 큰 아들은 비행기로 우리 부부는 차를 가지고 배로 이동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배편을 알아본 후, 집에서 가까운 삼천포항에서 타기로 했다.
삼천포 항에서는 밤 11시 30분 제주도로 출발 제주도에서는 오후 2시에 삼천포 항으로 출발 1일 1회 운행한다.
제주도로 떠나는 날이다. 남편에겐 어디를 가든 항상 미리 가 있어야 하는 서두름 병이 있다. 그 병으로 인해 삼천포항에 세 시간 전에 도착했다. 다행히 나는 배안에서 뜨려고 집에서 코바늘로 뜨고 있던 뜨개질 감을 가지고 왔다. 배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을 가방을 뜨며 보냈다.
출항 시간이 되면서 직원들은 덩치가 큰 트럭을 먼저 그리고 승용차 순서대로 배에 오르게 했다. 우리도 긴 기다림 끝에 배에 올랐다. 배에 오르기 위해 기다리는 차량행렬들을 보며 저 많은 차들이 배에 실린 다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다.
우리는 차를 주차하고 예약한 방으로 올라갔다. 여럿이 사용하는 방은 드는 사람 나는 사람들로 인해 소란스럽다. 나는 어수선한 시간을 뜨개질에 집중했다. 제주행 배는 처음 타 본다. 많이 흔들려 배 멀미를 하면 어쩌나? 우려했다. 하지만 배가 커서 그런지 생각보다 흔들림도 없고 조용했다. 밤이 깊어지니 소란스럽던 주변도 조용해졌다.
나도 자려고 누웠는데 세월호의 악몽이 머릿속을 돌아다녀 깊이 잠들지 못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깜박 잠이 들었다.
그 사이 제주도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제주도의 새벽공기를 마시며 정신을 깨우고 싶었다. 겨우 눈곱만 떼고 긴 복도를 지나 갑판으로 나왔다. 제주의 상쾌한 새벽공기를 기대했건만 습한 공기가 먼저 반겼다.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배에서 내렸다. 제주도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