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도착한 제주도, 먼저 작은아들에게로 갔다. 작은아들을 만나 아침으로 내장탕을 먹으러 갔다. 제주도에 가면 한라산 소주부터 맛을 보겠다고 벼르던 나였다. 먼저 한라산을 주문해서 빈 속에 한 잔 털어 넣었다. 역시 술은 빈속에 넣어야 제 맛이고, 술시는 해장술시가 최고였다. 주문한 내장탕이 테이블에 올라왔다. 아침부터 무슨 술이냐며 핀잔을 주던 아들도 내장탕 맛을 보더니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작은아들을 직장에 데려다주고 수원에서 오는 큰아들을 데리러 제주공항으로 갔다. 점심으로 보말 칼국수와 돔배고기를 주문했다. 나는 또 술 중에 최고는 낮술이라며 큰아들과 함께 소주잔을 비웠다. 비는 계속 내리고 술기운 기분 좋게 올라왔다.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은 연신 침만 삼켰다.
숙소에 도착해 한잠 자고 일어나 퇴근하는 작은아들 데리러 갔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밖에서 먹으면 누구 한 명은 운전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한다. 각자가 먹고 싶은 회를 포장해서 숙소에 가서 먹기로 했다. 나는 고등어. 남편과 큰 아들은 딱새우, 작은아들은 방어를 선택했다.
형제는 아빠의 환갑을 기념한다며 작은 케이크도 준비했다. 케이크 위에는 '환갑만큼만 더 살자.'라는 글씨가 올라앉아 있었다. 그 글을 읽은 남편은 '이건 덕담이 아니고 욕이야!' 라며 웃는다.
술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취항도 확고하다. 이번 가족모임에 마시려고 미리 술을 준비했다. 얼마 전 호주를 다녀온 큰아들은 와인과 위스키를 세부에 다녀온 나는 필리핀 전통주와 보드카를, 남편은 제주도 소주인 한라산을 샀다. 큰 아들이 먼저 와인을 따서 잔을 채웠다. 우리는 환갑 축하합니다!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나는 건배 제의를 하며 "애들 소원 이래. 그러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건강하게 딱 60년만 더 살아!"라고 했다.
큰아들은 술 뚜껑을 따서 종류별로 잔에 따랐다. 우리는 순서대로 맛을 보고 평가했다.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다들 소믈리에 같다'라고 큰아들이 던진 말을 내가 받았다. "소믈리에가 별거냐? 맛보고 평가하고 그러면 그기 술 감별사지. 우리 가족은 술을 좋아하는 취향도 확고하고 입맛도 까다로운데 술 감별하는 사업 한번 추진해 보까?" 내 말을 다시 남편이 받았다. "그러다 우리 식구 다 알코올 중독자 되면 어쩌고!"라는 말에 우리는 박장대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