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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Feb 12. 2024

그녀를 웃게 하고 싶었다


 2주 전, 글쓰기 문학회 모임에 들고 간 가방은 코바늘로 뜬 뜨개가방이었다. 지난가을에 겉감만 떠 놓고 바쁘다는 이유로 안감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작업실에서 이리저리 차이던 것을 마무리해서 들고 간 가방이었다.  


  옆자리에 있던 동갑내기 회원이 내가 들고 있는 가방을 보더니 어쩜 그리 솜씨가 좋냐며 극찬을 했다. 자신은 솜씨가 없어 시도해 보지도 못한다며  부러워했다. 그녀는 1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지금은 회복 중이다. 히죽이 웃는 그녀의 얼굴이 지쳐 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조금이라도 웃게 해주고 싶었다.


모임이 끝나고 헤어지며 가방에 들어 있던 물건을 차 안에 쏟고 내 가방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고생하며 뜬 가방인데 못 받는다고 연신 손사래를 쳤다. 내 거는 또 뜨면 된다며 가방을 그녀 차 안에 던지다시피 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모아두었던 자투리 실과 코바늘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가방을 뜨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이던 한 번 시작하면 주야장천 그 일에 몰두하는  성향이 있다. 열두 시가 넘도록 꼬리뼈에 군살이 박이도록 뜨개질만 하게 했다.

제주도 여행을 하기 위해 배를 탔다. 그 긴 시간에도  가방을 뜨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여행을 하고 돌아와 미처 뜨지 못한  끈을 뜨고  안감을 넣어 마무리했다. 걸어 놓고 보니 끈이 영 맘에 차지 않았다. '끈을 사야 하나? 돈을 들이는 건 의미가 없는데?'  귀촌 생활하며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나는 가능하면 돈의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리저리 궁리 끝에 오래전에 샀던 지금은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 가방끈이 생각났다. 오전 내내 수납장을 뒤져서 겨우 찾았다. 오후 내내 손바느질을 해서 완성하느라 남편 저녁밥 챙기는 것도 잊었다.


 그녀가 가방을 들고 다니며 혹여 부담스러워하는 건 아닌지 맘이 쓰여 편하게 해 주고 싶었다.  

내 가방은 더 이쁘게 완성했다며 사진을 찍어 그녀에게 보냈다.

그녀에게서 '그 가방 너무 잘 들고 다니고 있어요. 솜씨쟁이 인정!'이라는 답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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