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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Feb 15. 2024

그놈이 또 나타났다





 꿈을 꾸었다. 4월에 순천에서 있을 친구들 모임에 가 있는 꿈이었다.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도  나누어 먹고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설거지를 끝내고 돌아섰는데 친구들이 짐가방을 들고 하나 둘 사라졌다.
나는 떠나는 친구들 등뒤에 대고 소리쳤다.
"얘들아! 다음 모임일정  하구 장소도 정하지 않았는데 벌써 가면 어떡해!"
친구들은 듣지 못했는지 그대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다시 한번 외치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배에 힘을 잔뜩 주었다.
 

 그런데 꿈결인지 현실인지 어디선가 아이들이 떠드는 듯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는 꿈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직 잠에서 깨어 나오지 못한 나는 무슨 소리지? 라며 혼잣말을 했다.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그러게 무슨 소리지? 라며  잠에 취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집중해서 들어보니 닭장에서 나는 비명 소리였다.

그 소리는 꿈나라와 현실을 오가던 정신이 깨웠다. 지난번에 말똥가리가 나타나 닭 한 마리를 잡아먹었던 일이 생각났다. 내 몸은 용수철처럼 튕겨 올라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거실문을 열며 털신을 신으며 닭장을 향해 뛰었다. 급하고 거친 발소리에 닭장 울타리를 공격하던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날갯짓을 보니 지난번에 나타난 그놈이 틀림없다.
닭장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다행히 해를 입은 닭은 없다. 이번엔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닭의 피 맛을 본 그놈은 다시 나타나겠지?
나는 뒤이어 쫓아온 남편에게 닭장을 좀 더 튼튼하게 보수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예치골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어디선가 북방산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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