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이면서 여행 모임의 회원이기도 한 친구는 늘 바빴다. 아픈 남편을 대신해 세탁소 일을 도맡아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세탁물을 배달하고 4명의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늘 동동거렸다. 친구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2022년 송년 모임에서였다. 우리는 여행에 참석도 안 하면서 회비만 낸다고 퉁박을 주곤 했다. 그럴 때마다 막내 대학 가면 함께 갈게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막내가 올해 대학에 들어갔다. 친구들과 꼭 여행을 떠날 거라며 회비는 꼬박꼬박 냈지만 단 한 번도 여행에 참석하지 못했다. 결국 친구 몫의 여행경비는 저승으로 가는 길에 노잣돈으로 남았다. 먼 길 떠나는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가야 한다.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잘 가!라는 말은 차마 못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