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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서 위로받는다

by 작은거인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예치골을 떠났다. 아산병원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그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원주에 사는 친구는 멀리서 오느라 고생했다며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 친구는 나를 다시 마석으로 데리고 갔다. 고향 근처에 있는 마석은 친구들과 함께 다닌 고등학교가 있는 작은 도시다.
다음 날은 고향에 살고 있는 동생과 부모님 산소를 찾았다. 다시 집으로 오는 2박 3일은 긴 듯 짧은 듯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제는 점심 나절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비몽사몽 혼미한 정신으로 마당을 거닐다 뒷산을 올랐다. 뒷산에는 어느새 얼레지 꽃이 소리 없이 피어 있다.

어째 외롭게 혼자 피어 있누?

쭈그리고 앉아 얼레지꽃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꽃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다.

너도 추운 겨울을 견디느라 힘들었나 보구나. 또 보러 올게.


한참을 산을 걷다 내려왔다. 마당 울타리에 지난해 심어 놓은 미선나무가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해에 심었기에 꽃이 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반가운 마음에 미선나무에게 다가갔다.

너는 또 언제 이리 피었다니? 나도 너처럼 환하게 웃고 싶다. 내가 요즘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너에게서 위로받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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