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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Mar 18. 2024

냉이 먹는 닭

 어느새 3월의 중순도 끝자락이다. 부드럽지만 칼 날 같은 봄의 햇살이 대지에 쏟아내린다.
마당에 앉아 잠시 숲을 바라본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봄의 요정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농부는 밭에 거름을 내고 흙을 깨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 부부도 어설픈 농사꾼  흉내를 낸다.
남편은 거름을 옮기고 아내는 커트칼로 거름 포대를 가르고 주둥이를 벌려서 밭에 뿌린다.
거름을 뿌리는데 여기저기 냉이가 지천이다. 겨우내 냉이 전, 냉이된장국, 냉이 무침등으로 부부의 건강밥상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방치해 두었더니 봄 햇살을 받고 안개꽃처럼 하얗게 꽃이 피었다. 냉이는 꽃이 피기 시작하면 뿌리에 심이 생겨 먹을 수가 없다.



호미를 가져와 겨우내 먹고 남은  냉이를 캐서 삼태기에 모았다.
한 삼태기, 두 삼태기  담아서 닭장에 던져 주었다.
닭들이 우르르 덤벼들었다.
 '구구구' 오늘의 외식 메뉴는 냉이구나!
냉이를 쪼는 닭들이 수다스럽다.
나는 부지런히 냉이를 쪼아대는 닭들을 보며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냉이를 먹으면 냉이 향이 나는 계란을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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