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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May 01. 2024

20년 지기, 우리의 젊음은 아름다운 추억이다


언니를 처음 만날 때의 나는 40대 초반이었다. 남편의 직장은 몇 년째 자리가 잡히지 않았다. 나는 좀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업종이 다른 직장으로 옮겼다. 새 직장에서의 일이 익숙하지 않아 일에 적응하느라 몸 고생,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때 내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 주며 토닥여 주던 언니가 있었다.
 우리는 퇴근시간만 되면 눈을 마주쳤고 여지없이 연탄구이 삼겹살 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언니는 적성에 맞지 않아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했고 나는 그런 언니를 의지 했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일이 쉬는 날마다 산으로 갔다. 산에서 위로받고 돌아와 또 일주일을 버텼다. 산에 미쳐 다니는 내게 언니는 산을 배우고 싶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수원에 살던 우리는 광교산을 자주 다녔다. 
동이 트기 전 새벽산에 올라 뜨는 해를 보고 내려왔다. 산아래에 즐비하게 있는 보리밥집에서  보리밥에 소맥 한 잔씩하고 기분 좋게 취해서 출근했었다. 그런 일들은 힘든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다.
지금 그 시절을 돌아보면  몸은 고달프지만  즐겁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나는 지리산을 종주하고 지리산에 반해 산청으로 귀촌했다. 언니는 안성에 자리를 잡았다. 그 언니는 해마다 나를 보러 내려온다.

이번에도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를 잔뜩 사 들고 왔다. 많은 양의 고기를 보고 놀라는 내게  네가 좋아하는 소고기는 얼마든지 사 줄 수 있다며 실컷 먹으란다.
 

'그래! 삼겹살에 소맥 한 잔 말아먹고 거뜬하게 출근하던 젊었던 그때로 돌아가 보자.'  우리의 이야기는 어느새 고달팠던 그때로 돌아갔다.
안주가 좋으니 술이 달다. 우리의 마음은 젊었던 그 시절로 돌아갔지만, 몸은 지금 여기에 머물렀다. 지난 세월만큼이나 퇴색해 버린 우리는 이내 술잔을 내려놓았다.

20년 전의 젊음은 그저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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