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거인 Jul 25. 2023

영화 톰 행크스 주연의 '터미널'을 보다.

비 오는 날에 홈스크린으로 본 영화


 비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처럼 쏟아졌다. 해가 뜨지 않은 집 주변은 습하고 어두웠다. 비 오는 날도 빗소리 듣는 것도 좋아하는 나였지만 길게 이어지는 장마 탓에 지겹다 못해 짜증이 밀려왔다. 이런 날에는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에 커튼을 내려 집안을 더 어둡게 만들었다. 광목천으로 된 스크린을 벽에 걸고 빔을 쏘았다.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찾았다. 그 영화가 ‘톰 행크스 주연의 터미널’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이 영화는 2004년에 개봉한 영화다.
 

 가상의 나라 크로코지아에서 뉴욕에 입성하기 위해 도착한  빅터는 고국에 혁명이 일어나 입국심사 중 잡혀가게 된다. 미국은 크로코지아의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여권을 빼앗아 오도 가도 못하고 공항터미널에 갇히게 된다. 있는 돈은 다 떨어지고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던 빅터는 우연히 한 여자가  카트를 모아 정리하고 동전을 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 빅터는 카트 정리를 하고 나온 동전으로 생계를 해결하며 상황에 점점 적응해 간다. 영어를 못하는 빅터는 밤이면 영어 공부를 하고 낮에는 생계를 위해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한다. 그러면서 공항 내의  다양한 인물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선한 영향력으로 대인관계를 넓혀간다.
 공항책임자는 이런 빅터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빅터를 방해하지만 우직하게 버텨낸다.
우연히 스튜어디스 아멜리아를 만나 호감을 갖게 된다. 그녀와의 데이트 비용이 필요한 빅터는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공항 내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공항 책임자에게 적발되어 제지당한다.
공항  책임자 딕슨은 러시아인과 충돌이 생기지만 언어적 소통이 불가해 빅터를 부른다. 문제를 해결한 빅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영웅 취급을 받는다.


사소한 오해로아멜리아와 갈등을 겪으며 미국에 온 이유를 설명한다.
재즈를 좋아하던 아버지는 뉴욕의 재즈 가수들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썼다. 그 결과  좋아하는 모든 재즈 가수들에게 사인을 받았지만   단 한 명 재즈 거장의 사인을 못 받고 돌아가셨다. 빅터는 그 한 명의 사인을 받기 위해 입국한 것이다.
 터미널 문이 열리고 한 발짝만 나서면 뉴욕이다. 자신의 입지를 굳히지 위해 딕슨은 빅터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터미널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빅터는 수긍하지 않고 터미널 안에서만 지낸다.
 인내하고 우직하게 버텨낸 9개월. 드디어 크로코지아의 내전이 종료되고 아멜리아의 도움으로 빅터는 1일 임시비자를 받는다.  딕슨은 비자승인을 거절하고 당장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종용한다. 빅터가 거절하자 친구들의 약점을 들이대며 당장 해고 하겠다고 협박한다. 이에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친구들의 응원에 다시 힘을 얻는다.  터미널 문이 열리고 빅터는 그 문을 넘어간다. 눈이 펄펄 날리는 광장은 드디어 뉴욕이다.
택시를 타고 재즈 거장이 일하는 곳으로 가서 사인을 받는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빅터는  아버지가 사인을 받아 넣어 두었던 깡통 뚜껑을 연다. 거장의 사인을 받은 마지막 한 장의 종이를 곱게 접어 넣고 뚜껑을 힘주어 닫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입국한 ‘빅터’
 단 한 장의 사인을 받기 위해 터미널에서 9개월을 살아야 했던 ‘빅터’

 아버지를 향한 깊은 사랑이 가슴을 뜨겁게 해 주었다,  그를 응원해 준 공항 내의 친구들을 보면서 따뜻한 여운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고 가볍지만 마음에 담게 되는 영화였다.

 

 











 그런데 그 여운을 와장창 깨버린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바로 옆에서 함께 영화를 본 남편이었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남편이 소리쳤다.
"배고프다. 밥 먹자!"
박살 난 분위기에 상처받은 나는 이렇게 외쳤다.
"오늘 점심은 각자 해결하기!"

   남편은 다용도실 주방에서 짜장라면을 끓이고 나는 주방에서 양파와 깻잎을 넣고 라면을 끓였다.
식탁에 마주 앉은 중간에 냄비째 나란히 두고 당신 한 젓가락, 나 한 젓가락 하면서 나눠 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벽길에서 만난 할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