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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Aug 12. 2023

새벽길에서 만난 할머니

운동길에 만나는 풍경


아직 동이 트기 전이다.

남편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발목을 돌리고 무릎을 돌리고 다리를 뒤로 꺾어 허벅지 근육을 이완시킨다. 건강박수로 밤새 잠들었던 세포들을 깨운다. 핸드폰이 든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걸어 왼쪽 허리로 늘어 뜨린다. 모자를 눌러쓴다. 무선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책을 읽는다. 아니 책을 듣는다. 이웃 마을까지 걷는다.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다.


 "안녕하세요?" 건너가면 탁구공이 튕겨오듯 "안녕하세요?가 건너온다. 멀리서 할머니가 보인다. 굽은 허리를 더 구부리고 길가에 떨어진 낙엽을 쓸고 있다. 나무는 어느새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할머니와 떨어진 낙엽이 닮았다. 나는 목소리를 한껏 고조시키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고개만 빼꼼히 쳐들고 "이잉" 인사를 받는 할머니의 웃음이 해맑다.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지는 것은 내 할머니의 웃는 모습이 겹쳐져서만은 아닐 게다.


나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23년 08월 12일 토요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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