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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l 31. 2024

오늘은 여기까지


 

 
 장마기간 동안 양파와 마늘을 수확한 밭을 방치해 두었다. 그 자리에 풀들이 신나게 세력확장을 하고 있다. 아직은 여름이지만 농부는 계절을 앞서 간다. 늦가을에 김장을 하려면 지금부터  풀을 뽑고 거름을 뿌려 무와 배추 심을 밭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삼복더위에 풀을 뽑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운 시간을 피해 아침이나 저녁에 일을 하면 좋겠지만  벌레들이 극성을 부리는 시간이다.  벌레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물리면 그 자리가 곪아서 가려움증으로 고생하기에  더운 시간에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마당에 내리꽂는 뜨거운 태양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한다. 나갈까 말까 망설이던 나는 일복으로 갈아입고 호미를 챙겨 밭으로 갔다.

 

 빗물에 깨끗하게 씻긴 대지에는 이글이글 불타는 태양이  내리꽂는다. 열기를 흡수한 땅은 다시 그 열기를 토해내고 있다.
 풀을 뽑고 있는 내 몸은 끝없이 샘솟는 땀에 삶아져 금방이라도 수육이 될 것 같았다.

  더위는 나를 지치게 하지  이왕 시작한 일이니 끝을 보고 싶었다.

 그늘에서 쉬어 가며 풀을 뽑던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신과 타협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며 손에 들고 있던 호미를 밭에 그대로 집어던지고 풀 뽑는 일을 포기했다.

집으로 온 나는 커다란 고무통에 찬물을 채워 내 몸을 담갔다. 뜨거운 햇살에 달궈진 내 몸에서 '치이익' 식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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