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거인 Aug 07. 2024

내 사과 내놔!



  요즘 집 근처에는 직박구리  새가 아주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들은 무법자처럼  떼로 몰려다며 농작물을 망쳐 놓기 일쑤다.

 


 우리 부부는 휴가 온 손님들과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

  물놀이를 끝내고 집에 도착하니 차 소리에 놀란 직박구리들이 사과나무에서 떼로 날아갔다.


 몇 년째 서너 개만 달리던 사과가 올해는 제법 주렁주렁 달렸다. 주먹만큼 커진 사과는 햇살을 받는 부분부터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남편은 올해는 맛을 볼 수 있겠다며 망을 씌워 놓았다. 아직 맛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 직박구리들이 망의 밑으로 날아들어 입질을 시작했다.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과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나무에 달려 있는 사과에 빨갛게 익은 부분만  다 파 먹어 멀쩡한 사과가 없다.

한창 예쁘게 익고 있는 사과를 직박구리에게 다 빼앗겼다.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돌을 들어 새들을 향해 던지며 소리쳤다.

 "이 나쁜 넘들아! 내 사과 내놔!"

직박구리들은 그런 나를 조롱이라도 하는 듯 꽉꽉 거리며 주위를 맴돌았다.



 망가진 사과를  따서  맛을 보니 제법 맛이 들었다.

 풋사과에는 비타민c가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입질한 사과가 아까워  상처 난 부분은 베어 내고 나박나박 썰어 꿀에 재워 두었다.


 나는  지금 직박구리들에게 사과를 몽땅 빼앗긴 게 억울해서 흉을 보는 중이다.  

  직박구리의 주둥이는 유난히 뾰족해서 새들 중에서도 젤로 못생겼다.

 한 마리가 먼저 와서 먹어 본 후. 떼로 몰려온다. 그들이 왔다 간 자리에는 남아나는 농산물이 없다. 아주 욕심과 심술만 득실득실한  놈들이다.

그들이랑 적당히 타협을 하고 싶지만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리는 없고,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질까 싶어 이렇게 글을 쓰며  화풀이를 해보는 아침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