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물고기 잡으러 가요.

오늘도 그때처럼 비가 내린다.

by 작은거인


내가 살던 마을은 주금산, 축령산, 천마산을 울타리 삼아 안쪽 깊숙이 자리 잡은 곳이다. 여름이 되면 앞산너머에서 끽끽끽끽 소리가 자주 넘어왔다. 그 소리가 들려오면 비가 올 거라고 할머니가 말했다. 그때는 할머니 말을 무조건 믿었다. 산너머 사람들이 비가 온다고, 거기도 곧 비가 올 거라고 보내는 신호인줄 알았다. 그게 기적소리였다는 것을 읍내 중학교에 다닐 때 기차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며칠째 비를 뿌려대던 하늘이 심심했는지 천둥과 번개를 데리고 왔다.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에 마루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봉당으로 내려갔다. 봉당 벽에 어정쩡하게 매달려 있는 찬장 문을 열더니 수저를 한 주먹 꺼내서 마당으로 던졌다. 수저를 왜 던지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수저가 번개를 데려간다고 했다.
마당 한쪽에는 커다란 고무통이 놓여 있었다. 슬레이트지붕에 떨어진 빗물은 너새 끝 용머리에 모여서 고무통에 떨어졌다. 할머니는 나와 동생들 옷을 홀딱 벗겼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누칠을 해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에 세워 놓았다. 우리는 낙숫물 아래서 괴성을 질러가며 놀았다.
마루에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물고기 잡으러 가자며 나를 불렀다. 더 놀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무서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아버지는 싸리나무 종다래끼를 내 허리에 묶고 비료포대를 칼로 스윽 갈라서 머리에 씌워주었다. 반두를 어깨에 둘러맨 아버지는 나무울타리를 돌아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

아버지를 따라가느라 짧은 두 다리가 종종종 바쁜데 빗물이 고무신으로 들어와 미끄덩거렸다. 개울까지는 풀이 우거진 좁은 오솔길이 이어졌다. 그 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면 어른 키 두 길 정도 되는 깊고 커다란 개울이 나왔다. 은빛 물결 반짝이며 잔잔히 흐르던 개울물이 흙탕물로 변했다. 무섭게 흐르는 물살이 금방이라도 우리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아버지는 그 물이 무섭지도 않은지 성큼성큼 물속으로 들어갔다. 세찬 물살이 아버지를 데려갈 같은 공포감에 내 몸은 자꾸 쪼그라들었다. 아버지는 거침없이 반두를 펼쳐 물속에 밀어 넣고 발로 풀섶을 헤쳤다. 부지런히 물속을 헤집어 반도를 들어 올려보지만 고기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잡히지 않는 고기를 기다리며 쪼그리고 앉아 나뭇가지로 흙위에 그림을 그렸다. 세차게 내리는 비는 그림을 지웠다. 나는 다시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아버지가 반두를 들고 물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그림 그리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벌떡 일어나 겅중겅중 뛰며 소리를 질렀다.
“와! 아부지, 아부지, 고기가 잡혔어요!”
아버지가 들고 있던 반두 안에서 물고기가 파닥거렸다. 늘 무표정하고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소리 지르며 좋아하는 나를 건너다보며 빙긋이 웃었다. 내 허리에 매달린 종다래끼에 물고기가 차곡차곡 채워졌다. 고기잡이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새 사위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 허리에 축 늘어진 종다래끼 끈을 풀어 바투 잡더니 올 때처럼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아버지를 뒤따라가느라 또 종종종 바빴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우물가에서 물고기를 손질하셨다. 엄지손가락 두 개로 물고기 배 쪽을 밀면 내장과 함께 투명한 풍선처럼 생긴 부레가 빠져나왔다. 나는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아버지의 투박한 손놀림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손질한 고기를 작게 썰어 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깜짝 놀라며 학교에서 방학식때 선생님은 물고기를 날것으로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부모님들이 술안주로 먹으면 간이 아프다고 말리라고 했다. 난 선생님이 가르쳐대로 말을 전하며 아버지를 말렸다. 민물고기는 익혀 먹지 않으면 간디스토마에 걸린다고 했지만 들은 체도 않으시고 소주를 곁들여서 맛있게 다 드셨다. 어린 나는 아버지가 걱정됐지만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버지는 간암으로 오래 고생하시다가 너무도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비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처럼 쏟아 내고 있다. 아버지와 물고기 잡던 그날처럼. 먹구름 가득 몰고 와 쉬지 않고 비를 퍼붓는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아부지, 비 와요! 우리 물고기 잡으러 가요!”
아무리 소리쳐도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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