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쌀을 씻으면서 화초에 주려고 서른세 살 된 스테인리스 양푼에 쌀뜨물을 모았다. 물을 주려고 양푼을 들고 화초가 있는 다락으로 올라갔다. 물을 다 주고 양푼을 들었더니 방바닥에 물이 흥건했다. 물을 흘린 적이 없는데 뭐지? 하며 양푼 밑을 보니 물이 고여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불빛에 비춰 보니 구멍 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오래되었지만 이대로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멍을 막을 생각을 하다가 어디선가 쿠킹포일을 붙여 사용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나도 붙여 볼 생각으로 포일을 찾아 붙이려는데 남편이 들어왔다. 그런 나를 보더니 뭐 하냐고 물었다. 전, 후 사정을 이야기하니 방법이 없다며 그냥 버리라고 했다. "이게 어떤 물건인데 버려?'" "어떤 물건인데? "당신 엄마가 사 준거야! 김장할 때 오셔서 변변한 양푼 하나 없는 걸 보시고 세트로 사 주신거란 말이야!" "그렇다고 구멍 난 걸 어떻게 써?" "어디서 보니까 포일로 불여서 쓰던데?" "에이! 그걸로는 안돼! 그런 용도는 따로 있어." 창고로 들어간 남편이 포일 테이프를 가져왔다. 나는 테이프를 받아 가위로 잘라서 구멍 난 부분에 붙였다. 양푼 바닥 안에도 붙이고 밖에도 2중, 3중으로 붙였다. 불빛에 비춰 보니 더 이상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포일테이프가 식용의 용도가 아니기에 건강에는 좋지 않다. 하지만 양푼의 사이즈가 커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나물을 무치는 용도는 아니다. 야채를 씻고 건지거나
마른 것을 담아 두는 용도로 사용해야지.
그놈의 정 때문에 버리지도 못하고, "양푼아! 고장 난 곳 수선은 잘 되었으니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같이 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