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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은 누가 훔쳐갔을까?

by 작은거인



결국 드러누웠다. 발가락 끝에서 머리카락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허리의 통증으로 인해 굽힐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일어서려니 두통 때문에 머리가 쏟아졌다. 앉은뱅이처럼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엉덩이를 밀어 화장실을 갔다. 그 또한 팔목이 아파 쉽지 않았다.





김장하고 주차장 만들고 남편생일이라고 집에 온 아이들과 2박 3일 늦게까지 수다를 떨며 보냈다. 모처럼 온 아이들 엄마 손 맛 그리워하니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 먹여 보냈다.
혼자 남은 나는 주변이 어수선한 주차장 주변을 정리하고 캐 놓았던 화초뿌리를 시들기 전에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아 심었다.

아이들이 어질러놓고 떠난 집안을 청소했다.
저녁을 먹고 무차를 마시며 쉬고 있는데 몸이 자꾸 까무룩 까무룩 해졌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두통에 깊이 잠들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남편 아침상을 차려주고는 그대로 다시 누웠다. 그리고 이틀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 정도의 일은 언제나 하던 일이었다. 귀촌 초창기에는 포클레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산을 일구어 밭을 만들었다. 한 달, 두 달씩 곡괭이질을 하며 산에서 나온 돌로 만리장성을 쌓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주차장을 만든다고 나무뿌리를 캐고 돌을 깨느라 곡괭이질 일주일 만에 무너졌다.

누군가에게 청춘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도대체 내 청춘은 누가 훔쳐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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