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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물건

by 작은거인



나의 시골 살이중에 제일 불편한 것은 벌레다. 여름만 되면 날아디는 온갖 곤충들이 덤벼서 내 살점을 물어뜯는다.
집 뒤의 대나무 숲에 숨어있던 지네들은 장마철이 되면 제 세상 만난 듯 집안까지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거기에 거미들까지 집안에 거미줄을 치고 동거를 하자고 떼를 썼다.
거미줄을 제거해도 저녁에 보면 또 있다. 포기를 모르는 아주 끈질긴 놈들이다.

지난여름 청소기를 돌리면서 천장에 있는 거미줄을 빨아들이려고 청소기 머리를 분리했다.
방과 거실, 주방까지 훑고 청소기를 제자리에 두려는데 빼놓았던 머리가 사라졌다.
구석구석을 두 번이나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혹시 분리수거통에 버렸나? 쓰레기봉투에 넣었나? 뒤졌지만 없었다.
결국 찾는 것을 포기하고 남편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남편은 잃어버린 물건을 잘 찾아내는 특별한 제주가 있다.
남편은 틈만 나면 집안을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언젠가는 나오겠지라며 찾는 것을 포기했다.




저녁을 하며 집안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걸레를 들고 다락을 오르내리고 안강으로 거실로 창고 바닥까지 걸레질을 했다.
창고에 있는 전자레인지 위에는 하늘색 플라스틱 바구니가 놓여있었다. 빈바구니라고 생각하며 지저분한 물건을 담아 두려고 꺼냈다.
그 런 데 몇 달 동안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청소기 머리가 바구니 안에 얌전하게 들어있었다.
나를 보며 까꿍? 하며 웃는 것처럼 보였다.
청소기 머리를 보는 순간! 어이가 없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는 건지 당최 종잡을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바구니째 들고 거실로 나와 남편 앞에 놓았다. 남편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이거 어디 있었어?"
"창고 냉동고 옆에 있는 전자레인지 위에"
"그런데 이게 왜 안보였지?"
"나야 키가 작아서 보지 못했다지만 키 큰 당신은 왜 발견 못했어?"
우리는 바구니를 들고 다시 전자레인지 앞으로 가서 그 위에 올려놓았다. 남편이 중얼거렸다.
"아~! 이래서 앗 보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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