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게 타던 구곡산 산불이 꺼진 지 일주일도 안 되었다. 그런데도 여기저기 크고 작은 산불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틀 전, 산청군 금서면에서 산불이 났다. 금서면의 불은 바로 진화되었다. 같은 시간 지난번에 산불이 났던 하동군 옥종면에 또 불이 났다. 불은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헬리콥터 30여 대가 동원되어 24시간 만에 진화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틀째 산청읍에서 일을 하고 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군청에서 내대리 쪽인 삼신봉로 쪽에 산불이 났으니 근처 마을 사람들은 대피 준비를 하라고 연신 방송을 했다. 방송을 듣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소름이 돋았다.
우리 집 옛 주소가 내대리다. 현재 주소가 삼신봉로 길이다.
그렇다면 우리 집 뒷산 능선 어디쯤에 불이 났다는 건데 불과 며칠 전의 끔찍한 산불이 생각났다. 바로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심장이 쿵쾅거리고 불안함에 호흡이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대뜸 마을 이장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물었다.
다행히 불은 마을에서 떨어진 산에서 났다는 것이다.
퇴근길에 무작정 산불이 났다는 곳으로 달렸다. 헬리콥터는 하늘을 날고 있고 길가에는 소방차가 줄 지어 있고 경찰이 길을 막고 있다.
해가 지면서 불은 진화 되었는지 웽웽거리며 징징거리던 도로가 조용해졌다.
옥종면에서 일어난 산불은 뉴스에서는 예초작업 중이라고 하지만 입소문에는 할머니가 무언가를 태우다 일어난 불이라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