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오갔던 몇 시간,

보이스피싱 절대 당하지 맙시다.

by 작은거인




단잠에 빠져 있는데 거실에 충전시켜 놓은 휴대폰이 극성스럽게 울어댔다. 잠결에 비실 비실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와 전화를 받으며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수원에 사는 큰 아들에게서 온 전화였다. 휴대폰 속 아들의 목소리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떨고 있는 아들의 목소리에 가슴이 쿵! 하며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횡설수설하며 큰아들이 전하는 말은 작은 아들이 사고를 쳤다는 것이다. 랜덤 채팅이라는 앱을 깔고 채팅을 하던 중 미성년자에게 음담패설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쪽에서는 미성년자의 부모가 아닌 삼촌에게 연락이 왔다고 했다. 본인은 분당 사는 김종문이라는 사람이고 지금은 필리핀에 출장 나와 있다. 작은 아들이 미성년자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인신공격을 했고 그 내용을 캡처해 놓았다. 이미 변호사 선임했고 여성단체에도 알려 놓은 상태라며 법적조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느낌이 이상해서 혹시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되물었다.

큰아들은 그 남자와 30분 정도 보이스톡으로 통화했는데 그런 거 같지 않다고 했다. 전화번호가 아닌 보이스 톡이냐고 물었더니 필리핀이라 요금 때문에 그런 거 같다는 큰 아들의 말을 나는 믿었다. 작은 아들은 미성년자와 채팅 한 사실을 인정했다. 작은 아들은 음담패설은 했지만 그렇게 심하게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우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새벽 두 시 보이스톡으로 연락이 와서 전화번호를 모르는 상태였다. 그 사람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연락이 오면 엄마가 그 사람과 통화를 할 테니 내 연락처를 알려줘라.'

하고 두 아들을 진정시켰다.

사정없이 덤벼드는 생각들로 잠은 자는 둥 마는 둥 설치고 새벽운동을 하는데 작은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내 연락처를 알려주라고 했다. 바로 보이스톡으로 전화가 왔다.

아주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한 후, 온갖 법 이야기를 해가며 앞으로 사회생활 못할 거고 박사방 사건까지 들먹이며 전자팔지를 착용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다가 내 마음을 이해한다며 달래주기도 했다.


나는 내 자식으로 인해 조카분이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데 부모와 직접 통화하고 사죄드리고 싶다고 했다. 누나는 그 과정에서 제2의 가해가 두려워서 싫다며 자신에게 일임했단다.

그러면서 5월부터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들과 음담패설한 내용을 확보했다. 아는 선배가 검사여서 이미 개인정보는 다 알고 있고, 변호사 선임했고. 여성단체. 방송국. 모두 연락을 취해 놓은 상태라는 말만 반복했다. 여기서 본인 허락 없이 아무리 검사라 해도 개인정보유출은 엄연한 불법인데 그게 가능한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의심은 가지만 작은 아들이 잘못을 인정한 터라 강하게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그 남자는 합의금 1500 만원을 이야기했다가 다시 고발한다고 하고 부산에 있는 성애원에 가서 자원봉사 150시간을 채우라고 하기도 하며 조바심 나게 만들었다.

이런 일을 당해 본 적도 없고 어디 자문을 구 할 곳도 없어 막막했다.

이렇게 저렇게 수소문해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고자 자문도 구해 보던 중 5분 안에 1500 만원을 입금하면 고발하지 않겠다고 했다. 피해자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데 이런 합의도 있나? 하는 의문점이 또 생겼다.



증거도 없이 이런 식으로는 합의할 수 없다. 캡처한 내용을 보내달라고 했다. 내가 쉽게 끌려가지 않자 그 남자는 작은아들에게 계속 협박 문자를 보냈다. 나는 아들이 그놈에게 돈을 보낼 것 같아서 일단 내 계좌로 이체시켰다.

그런 와중에 큰 아들이 같은 사례의 신종보이스 피싱 기사를 찾아냈다.

난 이 기사를그대로 복사해서 그남자에게 보냈다. , 연신 울어대던 카톡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https://cm.asiae.co.kr/ampview.htm?no=2021022209183539402

합의금을 성애원에 후원한다며 직접 입금하라고 보내온 계좌 번호는 숫자 하나가 틀린 번호였다.

지옥을 오가며 1,500만 원을 고스란히 날릴뻔한 몇 시간은 정말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2022년 08월 30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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