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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Oct 31. 2023

나는 다시 코바늘을 잡았다.



 삼 일 전 하루종일 엉덩이를 거실 바닥에 붙이고 앉아서 코바늘로 가방하나를 떴다. 그 결과 아직도 왼쪽 꼬리뼈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곤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앉아서 뜬 가방이 마음에 차지 않았다.  괜찮다며 애써 나를 달래 보지만 자꾸 눈에 거슬렸다. 들고 다니다가 싫증 나면 그때 풀어서 다시 뜨자고 또 다른 나와 협상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난 백 미터 달리기로 달려오는 후회를 내치지 못하고 그 가방을 다시 푸르고 있었다.

전날 밤 열두 시가 넘도록 코바늘을 움직이다 잠들고 새벽운동하고 돌아와 아침을 먹으며 뜨고 시내에 나가 택배를 보내고 가을숲에 다녀와 또 뜨고 저녁을 먹고 나서 뜨고  유튜브에서 코르사주 뜨기  동영상을 보며 또 떴다.

 뜨다 보니 실이 모자라 뒤쪽은 바닥 부분과 같은 색상의 실로 떠서 매치했다.
 겹 짧은 뜨기로 했더니 짱짱하고 힘이 있다. 삼일째 코바늘 뜨기의 후유증으로 꼬리뼈와 손가락 끝마다 아린 통증이 느껴지지만 아주 흡족했다.
이제 한동안 내 손은 이 가방만 찾을 것 같은 예감이 마구마구 밀려온다. ㅋㅋㅋ
시곗바늘은 새벽 한 시를 가리키고 있다. 난 개운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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