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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Nov 03. 2023

고운동천 길



고운동의 가을이 궁금해서 다녀왔다.
집 아래 호수를 건너서 산을 넘으면 나타나는 그곳이 고운동이다.
최치원 선생이 공부를 하러 들어갔다가 그곳의 산새가 너무도 아름다워 자신의 호를 붙여 고운동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산속으로 관을 묻어 우리 집 아래 있는 호수와 연결된 또 하나의 호수가 있다. 밤에는 물을 끌어올리고 낮에는 그 물을 쏟아 내리면서 낙찰의 힘으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가뭄이 심할 때는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낸다. 농부들은 그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기도 한다.



 호수로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고 꼬불꼬불하다.  양쪽으로는 애기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다.  
도로가의 나무들은 햇살이 닿는 곳에만 단풍이 들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올려다본 하늘
떡갈나무 단풍과 하늘이 조화롭다.

산 능선에 올라서면  그 건너엔 우리 집이  보일 것이고 그 아래엔 호수가 보이겠지? 그림을 그려본다.
주차장 건너에 호수가 보인다. 그곳으로 느린 걸음을 옮긴다.




오후의 늘어진 햇살이 호수에 빠졌다.
바람이 찰랑찰랑  물수제비를 뜬다.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게  데크가 설치되어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주저앉아 자리를 잡는다.
게으른 햇살이 배를 깔고 엉금엉금 기어 내게 다가온다. 고요하다. 고요함이 흐트러 질까 지나는 바람조차도 슬그머니 지나간다.
갑자기 경상도 사투리가 우당탕탕 찾아와 고요함을 깨우더니 순식간에 사라진다.
사투리가 떠나자 바람이 말을 건다.
"나와 함께 걷지 않을래?"




호수 둘레길을 걸었다.



고운동 펜션의 연못
한옥의 대문과 계곡과 단풍은 자꾸 발걸음을 잡는다.





계곡 건너엔 이렇게 앙증맞은 대문이 설치되어 있어 지나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냈다.
아쉬운 것은 오른쪽에 '무단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무시무시하게 쓰여 있었다.
 개인적인 사정이야 있겠지만 대문에 어울리는 따뜻한 글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   쉽   다.

 

걷는 길에 작은 쑥부쟁이가  '여기도 가을이 있어요. 단풍만 보지 말고 나도 보고 가요' 라며
지나는 바람의 손을 빌려 나를 부른다. 쪼그리고 앉아  주변에 떨어진 단풍나뭇잎을 주워 쑥부쟁이 옆에 놓아주며 속삭였다.
 '가을이 깊었지? 우리 같이 이 가을을 실컷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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