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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Nov 05. 2023

시몬이 되어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지인과 백운계곡으로 들어섰다. 웅석봉 정상에서 미끄럼을 타듯 쭉 내려오는 계곡 중간쯤에 백운계곡이 있다. 지리산 둘레길인 8구간을 걷다 보면 이 아름다운 계곡을 만날 수 있다. 계곡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도 계곡의 매력에 반해 많이 찾는 곳이다. 나 또한 귀촌하기 전, 여름 계곡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계곡의 멋진 풍광에 내 마음을 빼앗겨 자연스럽게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게 아닐까?  이곳을 찾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남명 조식선생님이 산새와 계곡의 아름다움에 반해 제자들과 함께 학문을 익혔다는 흔적이다.






내 친구. 내 마음의 안식처.
나는 이 장소를 무지무지 좋아한다.
한동안 뜸 하다가 두어 달 만에 다시 찾은 것 같다.
같이 온 지인과 마주하고 앉아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울고 웃었다. 우린 백옥처럼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며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떠 올리고 싶지 않아도 구르몽의 시구가 저절로 떠 올라  나도 시인이 되어 내 맘대로 읊조려 본다.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떨어지는 느낌을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밟는 기분을






폭포를 지나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작은 소가 나온다.
물 위에 나뭇잎들은 어느 하나 물 길을 거스르지 않는다. 그저 흐르는 물에 자신을 맡긴다.
저 들의 질서와 잔잔한 여유로움을 배우고 싶다.





잠시 눈을 감고 맑은 공기를 흡입하며 명상에 잠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뚝하고 올라왔다. 지리산은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불렀으리라. 가을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그 부름에 감사하는 순간이다.





좀작살나무 열매가 예쁘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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