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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Nov 01. 2023

시월의 마지막 날에



 
하늘은 먼지 한 톨 없이 파랗다
누가 밤새도록 닦아 냈을까
샛별을 닮은 선녀의 손일까
바지런한 바람이 그랬을까
느긋한 햇살이 그랬나?

다락으로 올라가 지붕 위에 누웠다
햇살이 살포시 나를 덮었다
따뜻한 온기가 어루만진다
잠이 와서 내 옆에 누웠다




나는 신선놀음에 빠져 있다.

남편은 다락 벽체에  페인트 칠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집은 지은 지 10년이 되어가는 목조주택이다. 습기에 약한 목조주택은 유난히 손이 많이 간다.  

 벽체에 이끼가 끼고 얼룩이 생기며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났다. 페인트 칠을 다시 해야 하는데 워낙 공사가 큰 일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인부를 사려해도 인건비가 무서웠다. 1년을 미루고 2년을 미루다가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남편은 인터넷으로 페인트를 구입하며 어떤 색상이 좋으냐고 물었다.

난 우리 집에서 민트향이 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지금 예술혼을 불태우는 중,

 며칠 전에는 일층 벽체를 칠했다. 그리고 이제 다락의 벽체를 칠하는 중이다.

전체를 한 바퀴 돌아서 두 번째다.



햇살이 다락방으로 스며들 때 시작한 일을 끝내고 나니 태양은 어느새 집 뒤로 숨어 버렸다.
"여보 수고 했어."
베짱이 아내의 한마디에 개미 남편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수고는 뭐. 그런데 삭신이 쑤신다."



집 아래 호수가 해맑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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