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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Nov 08. 2023

벌써 일 년

바느질이라는 취미를 가진  온라인 친구들


2022년 11월 10일 목요일


*잘 가! 윤성아.

휴대폰의 송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너의 목소리
  "누구세요?"
  "나 뱀띠 또래 밴드장 윤성이야. 내가 친구 초대한 거야."
 또르르 굴러가는 친구의 맑은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걱정해 줘서 고마워. 수술 잘 받고 다시 건강해 질게."
하더니 병으로 인해 간 것도 아니고
수술 중에 심정지로 떠났다는 게 정말이지 믿기지가 않는단다.
억울해서 어찌 눈을 감았을까?
김장도 안 했는데 시골 밭에  심어 놓은 무와 배추는 어떡하고 이것저것 겨울준비도 해야 하는데 사랑하는 가족들은? 근심 한가득 안고 먼 길 떠나야 하는 발길이 무거워 어쩌니?
 온라인의 인연으로 비록 얼굴 한번 보지 못했지만 넌 참 좋은 친구였어. 그곳에 먼저 가서  바느질 또래방 만들어 놓고 대장노릇하고 있어라.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 우리 만나서 회포를 풀자꾸나.
윤성아!
먼 길 조심해서 가라. 오래도록 기억할게.








 예치골에서 첫 번째 바느질 모임
홍천 향교에서 두 번째 모임.



 윤성아.

 벌써 일 년이다. 그곳에선 어찌 지내고 있니? 잘 지내는 거지? 전화라도 해 주지. 무심한 친구 같으니라고,

아직도 김윤성(65년 밴드장)이라고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단다.

금방이라도 '뭐 하니?'라며 가을햇살 가득 담은 물방울 같은 너의 목소리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윤성이가 인연의 고리로 만들어준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단다. 넌 어디서 그리도 넉넉하고 따뜻한 햇살을 닮은 친구들만 데려 왔니? 누구 하나 모난 친구 없고 나누고 베풀기 좋아하는 친구들이란다.


 벌써 두 번의 정기모임도 했어.

첫 모임은 예치골에서 두 번째는 홍천에서

 아주 즐겁고 행복한 모임이었어. 그때도 네 이야기 많이 했어. 너도 흐뭇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지?


 비록 네 몸은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지만  너의 영혼만큼은 늘 친구들과 함께 있단다. 그러니 네 육체는 죽었어도 네 영혼은 언제나 살아 있는 거지.  친구들의 마음속에 너도 영원히 살아 있는 거야. 그러니 외로워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감기 조심하고, 또 보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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