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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Nov 11. 2023

군청 가는 길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 모임'은 산청군에서 '문화 예술 진흥기금'을 지원받아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는 모임이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총무는 서류를 작성하고 일정을 보고 하기 위해 관공서에 드나들어야 했다. 낯가림이 심한 나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거나 경험해 보지 않은 그런 일들에 대해 불안해했다. 특히나 관공서를 드나드는 일은 공포감 마저 들었다.
그런 이유로 총무직을 맡지 않겠다고 거절했지만 막내라는 이유로 내게 맡겨졌다.
 지원금 신청하는 서류를 작성하느라 밤을 새웠고
다음날 잘못되어 다시 작성하는 동안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겨우겨우 작성해서 군청에  들어가서 담당자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처음은 거절당했고 두 번째 서류는 통과되었다.
일 년 동안 세 번의 서류를 작성해서 보고 해야 했다.
첫 번째 실패의 경험 탓에 두 번째 서류 작성은 더 큰 부담감으로 나를 압박했다.
 두 번째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삼일을 꼬박 투자했다. 그 결과 다행히 한 번에 통과되었다. 별거 아니네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세 번째는 지원금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책을 출판하는 경비에 대한 서류를 작성해서 보고 하는 일이었다.
 출판기념행사가 끝나고 마지막 서류를 작성하고 일 년 동안의 경비 영수증을 챙겨서 군청으로 갔다.
마지막 서류까지 마무리하고 나오는 내 마음은 하늘로 치솟는 것처럼 가벼워졌다. 이내 가벼워진 마음에 뭔가 하나를 해냈다는 뿌듯함과 충만함으로 가득 채워졌다.
 일 년 동안 총무직을 맡으면서 나는 많이 배웠고 성장했다. 처음의 두려웠던 마음은 두 번째에선 조금의 자신감이 생겼고 세 번째에선 통과가 안되면 다시 작성하면 되지라는 배짱도 생겼다.




 

어떤 일이든  낯설다고 피하지 말고 부딪혀 보자.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큰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데 지난해에 산 아래에 터널이 개통되었다. 난 편하게 올 수 있는 길을 피해 터널 위의 꼬불꼬불한 길을 택했다.  밤머리재라고 부르는 그 길가엔 양쪽으로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어 가을이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길이다.
 난 그 길 중간쯤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길 위에 서 있었다. 나무에 곱게 물들어 달려 있는 단풍잎도 길가에 떨어져 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도 모두가 아름다웠다. 길게 늘어진 오후의 햇살은 눈이 부시게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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