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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Nov 29. 2023

나눔은 복리이자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이맘때였다. 바느질하는 또래 밴드 친구에게서 내일 예치골에 가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낯가림도 심하고 마음을 열지 못하던 나는 내 집에 낯선 사람이? 라는 생각에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밴드에서 친구로 지내며 많이 소통했던 친구라 예치골 방문을 허락했다.

 다음날, 10시를 알리는 해가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흰색 SUV차가 집 앞에 섰다. 58년 만에 첫 만남이라 잠깐의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느낌상 느낌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금방 익숙해졌다.

 점심을 먹고 해 그림자가 2시를 지나고 있을쯤, 차는 원단을 끝도 없이 토해 내고 예치골을 떠났다.     

 



  산청에는 4년 전부터 젊은 엄마들의 열정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제법 자리를 잡은 달맞이 모임이 있다. 나도 그 모임의 회원 중 한 명이다.

 회원들의 분업화로 소창으로 생리대를 만들고 팬티에 걸 수 있는 띠를 만들고 띠를 고정하기 위해 단추를 단다. 내가 하는 일은 그 모두를 담을 수 있는 작은 가방을 만드는 일이다.

 두 달에 한 번씩 그동안 만든 것을 들고 회원 집에 모여 포장한다. 나도 틈틈이 만들어 둔 가방을 들고 서둘러 회원 집으로 간다.

격한 환영을 받으며 집에 들어서니 새로운 회원들이 보인다. 늘 손이 모자라 아쉬웠는데 반가운 손들이다.      

 거실 바닥에 한 손 한 손 보태어진 물건들이 쌓인다. 큰 생리대 5장. 작은 생리대 3장, 팬티 1장을 순서대로 가방에 넣어 택배 상자에 담는다. 손이 많아 포장도 빠르다.     





  포장하는 일이 끝나고 신입 회원이 신고식을 한다며 점심으로 자장면을 산단다. 감사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며 자체적으로 모은 금액, 후원금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고한다. 한 번에 100세트를 만들어 보내는데 그때마다 1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우리가 하는 일이 선교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생리대를 만들어야 한다.     

 




  친구의 원단은 내게 와서 나눔이라는 이자가 붙어 수백 개의 작은 가방으로 태어났다. 사랑과 정성이라는 복리이자로 배를 불린 가방은 배를 타고 필리핀으로 간다고 했다. 오후에 떠날 파란색 택배 상자를 어루만지며 ‘잘 가!’라고 인사했다. 점심으로 먹은 자장면이 뱃속에서 불기 시작했다. 내 배는 생리대를 넣은 가방처럼 빵빵해졌다. 아!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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