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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Dec 03. 2023

아들! 알라 뷰! 3

바다가 웃는다


  차박 여행을 떠나면서 남편은 차바퀴의 위치를 바꿔줘야 한다며 진주로 향했다. 타이어 앞뒤의 위치를 바꾸는 가게 앞에 은행나무들이 가을을 떨구고 있었다. 우리는 여행의 목적지를 남해로 정하고 출발했다.  



  작은아들을 향한 마음을 남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넘어가지 않는 아침을 꾸역꾸역 삼켰다. 억지로 삼킨 아침은 명치끝에서 돌덩이가 되었다.

 가면서 야금야금 캔맥주를 들이켰다. 끄억! 속이 편해지고 있다. 역시 맥주의 성능은 탁월했다. 내 속은 신기하게도 체하면 소화제보다 맥주가 효과적이었다.

 

  사천을 지나고 삼천포 대교를 지나는데 바다에 죽방멸치를 잡기 위해 설치해 둔 그물이 곳곳에서 보였다.

차박 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던 중 설흘스카이워크에 잠시 차를 세웠다. 바다와 하늘의 중간쯤에서 하늘을 바치듯 서 있었다. 바닥은 유리로 되어 있어서 바다가 훤히 보였다.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구 위를 걸으며 큰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생 제주도 간다는데 저녁에 맛있는 좀 사 줘라."

  "그렇지 않아도 그러기로 했어요."

  먹을 건데?"

  "동생이 방어회 좋아하니까 그걸 먹던지 아니면 소고기 먹으려구요."

  "그래. 맛있는 거 먹으면서 동생하고 대화도 많이 하고,"

  “네. 그럴게요.”

어려서부터 동생을 끔찍이 위했다. 동생이 원하는 건 뭐든 양보했고 해 줄 수 있는 건 해주려고 노력했다. 성인이 되어서 4년을 함께 살면서도 늘 동생을 챙기는 큰아들이었다

  "그나저나 동생 가고 나면 너 허전해서 어떡하니?"

  “그게 걱정이에요. 당분간 많이 허전할 거 같아요."     

 




  해안도로를 달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지만 적당한 장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핸드폰에게 남해 차박 장소를 물어봤다. 핸드폰이 친절하게 두곡해수욕장까지 데려다주었다. 도착해서 보니 11년 전 여름에 네 식구가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묵었던 그곳이었다.          

 해수욕장 주변에는 제법 많은 텐트가 보였다. 우리도 적당한 장소에 차를 주차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어스름하게 어두워지는 바닷가를 걸으며 작은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먹니?"

 "방어랑 족발!"

"맛있게 먹고 형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둘이 할 이야기가 뭐가 있어?"

"너 이제 제주도 가면 앞으로 형하고 같이 살 기회 없어. 그러니까 형하고 좋은 시간 보내라고."

"으 응. 그 럴 께."

핸드폰 속에서 작은아들의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마음은 여러 가지고, ' 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꿀꺽 삼키며 전화를 끊었다.     

파도가 시나브로 달려와 몽돌을 쓰다듬고 떠난다. 멀리 가지 못한 파도는 다시 달려와 몽돌을 어루만진다. 차르르 차르르 바다가 웃는다. 바다의 웃음소리는 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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