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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Dec 09. 2023

중산리 카페

 지리산 천왕봉 아래엔 하늘 아래 첫 동네 중산리 마을이 있다. 마을 옆에는 깊은 계곡이 있는데 숲이 우거져 들어갈 수가 없었다. 몇 년 전,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잡목들을 자르고 우거진 숲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나무 계단을 만들어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골이 깊은 계곡엔 거대한 바위들이 무질서하게 여기저기 우뚝 서 있고 그 아래엔 깊은 용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가끔 중산리 계곡을 걷는다. 걷다 보면 한적한 숲 속에 ‘중산리 카페’가 나온다.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회색빛 시멘트 벽에  이끼만이 붙어서 있는 그 집을 지키고 있었다. 어느 날 포클레인이 들어오고 건축 자재들이 마당에 쌓였다. 그리고 중산리 카페라는 간판이 달렸다. 가을 숲을 걷던 나는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으려는데 한쪽 창가에 책이 쌓여 있었다. 책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면서 우리 글친구들이 만든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했었다.


그 카페의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우리 집에서 그곳까지 차로 움직이면 10분 정도의 거리다. 얼마 전에 출간한 ‘있는 그대로’의 동인지와 ‘챌린지 블루’를 가방에 넣고 출발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낮의 느긋한 햇살은 따뜻하고 하늘은 맑았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카페로 들어섰다. 설거지하고 있던 여주인이 나를 반겼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카드를 내밀었다. 여주인은 아직 단말기를 켜지 못했다며 멋쩍은 표정을 하며 웃었다.
“첫 손님이세요.”
“아. 그래요? 제가 첫 손님이면 개시 기념으로 선물 하나 드릴까요?”
“선물이요?”
나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 여주인에게 건넸다.
“이거  우리  글쓰기 모임에서 만든 책인데요. 읽어 보시라고요.”



 나는 자리에 앉아 내가 읽을 책을 꺼냈다. 잠시 후. 여주인이 들고 오는 쟁반 위에는 커피와 두 개의 귤이 놓여 있다.

“책 선물 감사해서 드리는 거예요.”라며 웃는다.



  그녀의 웃음이 올라올 때 보았던 쑥부쟁이꽃을 닮았다. 카페 안에는 조용한 음악과 내가 선물한 책을 읽고 있는 여주인과 나뿐이다. 졸음이 눈꺼풀을 자꾸 주저앉힌다.

 책을 덮고 카페를 나왔다. 돌길을 걷다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 책을 열었다. 늘어진 햇살이 또 졸음을 데리고 왔다. 나는 그만 책 읽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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