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거인 Dec 08. 2023

작은 소망 하나, 밝은 빛으로 가슴에 담는다

             

 한 달에 한 번 ' 있는 그대로' 글쓰기 모임이 있다. 오후 약속이라 점심을 먹고 써 놓은 글을 출력하려고 프린터기 앞으로 갔다.    모임에 필요한 서류를 인쇄하고 내 글을 인쇄하는데 갑자기 프린터기에 5200이라는 에라 문구가 떴다. 이렇게 저렇게 용을 써 보지만 기계치인 나는 도통 모르겠다. 약속 시간은 가까워지는데 잘 되던 프린터기가 멈추니 짜증이 올라왔다. 짜증 낸다고 일이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며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회원들과 글을 공유해야 하기에 밴드에 올리고 서둘러 모임 장소로 나갔다. 약속 장소에는 회원들이 도착해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그동안의 안부부터 물었다. 써 온 글을 읽고 느낌을 이야기하며 매끄럽지 않은 문장은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요? 라며 조언해 주었다.      

 


 그동안 모임은 회원이 많지 않아서 회칙도 없이 ‘있는 그대로’라는 명칭만 가지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해 왔다. 여섯 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은 올해 열 명으로 늘어났다. 회원이 늘어나면서 체계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임원을 선출하고 회칙이 만들어졌다. 기획 홍보부와 편집부라는 부서도 만들었다.

 내게는 편집부장이라는 직책이 주어졌다. 초등학교 시절엔 줄반장을 했었다. 산에 미쳐 다닐 때는 여섯 남자를 거느리며 산악 대장을 했었다. 그 이후 장자가 붙는 감투는 처음이었다. 겉으로는 사양했지만 엉큼한 내 속은 미소 짓고 있었다.



  4년간 ‘있는 그대로’라고 사용하던 모임은 ‘천왕봉 문학회’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태어났다. 지리산 맨 꼭대기에 우뚝 솟아 있는 천왕봉처럼 우리 회원들의 글도 우뚝 솟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아야지. 감성을 잃지 말아야지. 진한 흙냄새가 묻어 있는 글을 써야지. 하얀 종이 위에 따뜻한 글 그림을 그려야지.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아직 어둠인 새벽을 바라보며 작은 소망 하나,  밝은 빛으로 가슴에 담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 안 쓰면 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