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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Dec 07. 2023

그럼 안 쓰면 되지

               

 나는 가입해 있는 여러 개의 밴드 중에서 두 개의 밴드에 매일 출석 글을 쓰고 있다. 하나는 귀촌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밴드이고 또 하나는 바느질이라는 취미를 가지고 활동하는 또래 밴드다. 2020년 1월 1일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4년이 다 되어 간다.

 특별한 일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글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럴 때는 좋은 글이나 건강정보 또는 시를 검색해서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이 공부하고 배웠고 또 성숙해 갔다.           

  






  밴드에 귀촌 생활의 일상을 일기처럼 기록했다. 매일 내 글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기에 나의 글쓰기는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친구들은 나의 귀촌 생활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공감도 하며 응원해 주었다.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글쓰기는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 갔다. 매일 아침 글을 쓰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예사로 지나치지 않았다. 글에 맛을 더하기 위해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핸드폰의 카메라는 내 손에서 찰칵찰칵 덩달아 바빠졌다. 덕분에 사진 찍는 솜씨도 날로 좋아지고 있다.               

 





  어제 아침엔 수저를 깨끗하게 핥은 남편에게 ‘당신 혓바닥은 소 혓바닥이야?’라고 물었다. ‘음매’라는 답으로 응수한 남편 덕분에 눈물 쏙 빠지게 웃어젖혔다.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도 나는 사진 찍는 일을 잊지 않았다. 남편은 요렇게 조렇게 사진을 찍는 나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핀잔을 주었다.

"뭘 그런 것까지 사진을 찍고 그래?"

"아니 이런 것까지 찍어야 해. 매일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글감이 없을 때는 머리를 쥐어짜도 안 써진단 말이야. 그럼 아주 곤란해지거든."

"그럼 안 쓰면 되지!"

“요런 사소한 거라도 살을 붙이면 아주 좋은 글이 된단 말이지”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굳이 글을 써야 하는 거야?”

“힘들어도 써야지. 이건 약속이야. 친구들과의 약속이고 나 자신과의 약속이고 자기 계발을 위한 신성한 의식 같은 거야."     

 오늘도 나는 기름을 짜듯 머릿속 골까지 쥐어짜서 이 글을 썼다. 골을 얼마나 짜냈는지 텅 빈 머릿속에서 버석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자신과의 약속과 자기 계발을 위해 내일도 모레도 계속 글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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