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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Dec 10. 2023

저녁엔 뭘 해 먹지?




  아직 김장을 못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주민 대부분이 감 농사를 짓는다.  감잎이 사그르르 울기 시작하면 감을 딴다. 감을 깎아 덕장에 걸고 나면 말랭이를 손질한다. 감이 말라 곶감이 되는 과정에서 틈이 생기는 시간이 있다.  그때가 요즘이다. 그런 특성으로 이제야 집집마다 김장을 하고 있다.



  나도 이제 시작해야지. 무를 뽑으러 밭으로 갔다. 추위에 약한 무는 얼지 말라고 부직포 원단으로 덮어 놓았다. 낮에는 벗기고 밤에는 덮는 일을 반복했다.

부직포를 걷고 무를 뽑았다. 작은 무는 동치미용로 줄기는 시래기용으로 분리했다.
어느새 해 그림자가 텃밭에 누웠다. 저녁을 해야 하는데 찬 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오늘 저녁엔 뭘 해 먹나? 텃밭을 두리번거렸다.


수확을 끝내고 쉬고있는 밭에 냉이가 지천이다. 가을 달래가 아직 색을 잃지 않고 있다.

된장국을 끓이려고 냉동실에 있는 삶은 시래기를 꺼내 놓은 게 생각났다. 시래기밥을 해야겠다. 냉이와 달래를 캐서 양념장을 만들어 비벼 먹어야지.
먼저 냉이를 캤다. 달래도 캤다. 달래의 알뿌리가 쪽파 뿌리만 했다.



10월에 뿌려 놓은 상추가 아직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퇴근 전인 남편에게 두루치기용 돼지고기를 주문했다.




 돌솥에 불린 쌀을 안치고 시래기를 ‘쫑쫑’ 썰어 얹었다  냉이와 달래는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양념을  더했다. 상추는 살균을 위해 따뜻한 물에 씻었다. 찬물 샤워를 시켜 아삭한 식감을 살렸다.

 남편이 건네준 고기는 빨간 양념을 입혀 팬에 넣고 들들 볶았다. 식탁엔 겨울을 건너뛰고 봄이 올라앉았다. 남편이 냉동실에서 맥주를 꺼냈다. 뽀글뽀글 거품을 일으키며 유리잔을 채운다. 오늘도 과식이다. 설거지를 끝낸 나는 빵빵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남편을 부른다. “여보! 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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