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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Dec 12. 2023

남편이 차려 준 아침.







 어제는 시어머님 기일이었다.
시내에 나가 장을 보고 오후 시간을  주방에서 보냈다. 산으로 돌아치며 끊어 둔 고사리 불려서 볶고 텃밭 시금치 뜯어 무치고 무 뽑아 나물을 만들었다. 전을 부치고 생선을 찌고 고기를 삶아 편육을 만들었다.
 시어머님이 드실 음식이라 소박하지만 정성을 다했다. 남편과 나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나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마주 앉아 어머님을 기억하며 남편은 소주를 나는 맥주를 마셨다.
"어머님 덕분에 저희 부부가 잘 먹었습니다.  내년에도 또 오세요."
마당으로 나가 배웅해 드리고 돌아 서는데 바람이 전했다. 내일은 비님이 오실 거라고,

 피곤해선지 어머님을 만난 후, 마음이 편해서인지 늦잠을 잤다.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오니  바람이 전한 말대로 마당엔 비님이 와 있었다.
어제 늦게 과식을 한 탓에 아직도 배속은 그득했다.  
"난 아침 안 먹을 거야."라고 남편에게 전했다.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남편은 "난 먹을 거야."라고 했다.
"그럼 아침은 당신이 차리기."로 남편에게 떠넘겼다.

"뭘 어떻게 차려야 하는데?"

"거기 어제 먹던 빵 있네. 어머님이  드시고 남은 떡도 있네. 떡은 찜기에 살짝 찌고 커피만 내리면 되겠네."

아내의 말을 참 잘 듣는 남편은 사과까지 곁들인 쟁반을 내 앞으로 가져왔다.
빵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입 안에 사과는 사각사각 노래를 불렀다.

마당에선 비님이 서성거리고 집 안에서는 커피 향이 서성거리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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