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호텔에는 일관된 ‘기준’이 있다

by 심지헌

호텔을 대신 운영하기 시작한 건,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처음 맡았던 곳은 간판만 호텔이었지,

내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손님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건물이었다.
겉으로는 번듯했지만, 내부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삐걱거렸다.
객실 청소 상태는 매번 달랐고, 고객 응대는 그날 근무하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달라졌다.


‘운영’이라는 단어는 멋있었지만, 현실은 고장 난 시계 같았다.
돌아가긴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는 시계 말이다.


기준 없는 호텔은 하루하루가 다른 호텔이다

그때 나는 매뉴얼이라는 게 있는 줄은 알았다.
문제는 그 매뉴얼이 종이 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절반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읽어봤다는 사람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니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매일 다른 호텔이 되는 셈이었다.


손님 입장에서 하루 차이로 서비스 품질이 달라지는 호텔은 믿기 어렵다.
리뷰에 “운이 좋으면 좋은 호텔”이라는 문장이 붙는 순간,

그 호텔의 미래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잘 되는 호텔의 공통점

몇 달 뒤, 나는 전혀 다른 환경의 호텔을 맡았다.
첫 회의에서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손님이 이 호텔을 선택한 순간부터, 다시 돌아오고 싶어지게 한다.”


그 한 문장이 기준이었다.
복잡한 매뉴얼보다 훨씬 강력했다.

모든 직원이 이 말을 알고 있었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청소를 하는 사람은 ‘다시 오고 싶은 방’을 만든다.
프런트 직원은 ‘다시 오고 싶은 첫인상’을 만든다.
심지어 불만 사항이 들어와도 ‘다시 오고 싶은 해결 경험’을 만든다.

그 기준이 있었기에, 서비스의 결이 항상 일정했다.
손님은 “이 호텔은 늘 같다”는 신뢰를 갖게 됐다.


기준이 만드는 일관성과 신뢰

호텔의 하루는 작은 선택들의 연속이다.
룸서비스 메뉴를 어떤 순서로 내보낼지,

고객 불만에 어떤 어조로 대응할지, 심지어 SNS에 어떤 사진을 올릴지까지.
이 선택들이 쌓여 브랜드를 만든다.


기준이 없으면 선택은 들쭉날쭉해진다.
결국 직원마다, 상황마다 다른 호텔이 된다.
그런데 잘 되는 호텔은 모든 선택의 중심축이 ‘기준’에 맞춰져 있다.
이 일관성이 바로 신뢰다.
신뢰는 반복 방문과 추천을 만든다.


기준은 경험을 설계한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객실 크기나 침대의 스펙이 아니다.
그곳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느낀 경험의 흐름이다.

나는 한 호텔의 웰컴티를 지역 농가에서 만든 제철 허브차로 바꾼 적이 있다.
그 차를 낸 이후, 조식 메뉴에 같은 허브를 활용했고, 기념품 코너에 작은 허브 묶음을 판매했다.
객실 가이드북에도 ‘로컬의 향기를 가져가세요’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렇게 ‘지역을 느끼는 경험’이라는 기준을 전반에 녹이자,

손님들은 “여기 오면 그 지역에서 잠시 살아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브랜드와 손님 사이의 연결고리가 됐다.


기준은 매뉴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기준을 규칙과 혼동한다.
규칙은 어겨도 큰 문제가 없지만, 기준은 어기면 브랜드의 뿌리가 흔들린다.
규칙은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지만, 기준은 방향을 잃지 않게 만드는 나침반이다.

잘 되는 호텔은 이 나침반을 매일 확인한다.
그래서 위기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새 호텔을 맡을 때 하는 첫 번째 질문

새로운 호텔을 맡게 되면, 나는 제일 먼저 묻는다.

“우리가 그리는 그림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운영 전략은 아무 의미가 없다.

기준이 없는 운영은, 결국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서로 다른 그림을 이어 붙이면, 완성된 풍경은 이상해진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은 시간이 지나 브랜드가 되고, 신뢰가 된다.

나는 오늘도 또 다른 호텔의 기준을 세운다.
그 기준이, 몇 달 뒤 그 호텔의 내일을 바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기준이 그 호텔을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 걸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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