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일생을 흔드는 호르몬의 파도

단순한 예민함이 아닌, 평생을 이어가는 호르몬과의 긴 투쟁과 정신 건강

by Sofia


나는 생리전증후군이 무척 심한 사람 중 한명이다. 어린 초등학교 4학년 시절에 생리를 시작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어와 화장실에 갔는데, 빨간 피가 속옷에 비친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땐 왠지 모르게 챙피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대를 보내면서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귀신에 홀린 듯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했다. 그리고 정말 알 수 없는 이유로 화가나서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것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여전히 남편과 대판 싸우고 나면 어김없이 다음날 생리혈을 본다. 완경(폐경의 다른 말을 쓰도록 한다.)이 되기 전까진 이 널뛰기 같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아니다. 어쩌면 완경 후에도 갱년기 증후군이라는 더 무시무시한 호르몬 변화로 인해 크고 작은 불편함을 겪을 것이다.


탐폰이라는 생리 용품이 있긴 하다. 생리를 할 때도 그 '굴을 낳는' 느낌이 들지 않아도 되고 편리하긴 하다. 하지만 어쨌든 생리를 하는 여성은 생리 때 수영을 하러 물에 들어가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면 귀찮은 작업이 뒤따른다. 나는 물놀이 여행을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갈 때마다 매번 동네 산부인과에 간다. 생리주기를 맞추기 위해서다. 가서 경구피임약을 처방 받곤 한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약을 챙겨먹어야 한다. 여행지의 시차에 맞게 먹으려면 계산도 정확히 해야하고 불편한게 한 두개가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한 달의 10일 정도를 불편하게 지낸다. 누구나 다 알듯, 생리 때문이다. 한달에 한 번이 별 것 아니라고 보기엔 잘 따지고 보면, 생리가 한 여성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사람마다 차이가 다 있지만, 많은 여성들은 생리를 5일~7일 정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생리하기 전에 3일, 길게는 5일까지 생리전증후군을 겪는다고 한다. 생리전 증후군은 생리 시작 전 호르몬 변화로 인해 짜증, 우울, 복통, 피로같은 신체, 감정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이다. 그러면 길게는 한 달동안 무려 10일은 생리에 따른 호르몬의 영향 하에 놓여 있게 되는 것이다! 한달이 30일임을 감안했을 때, 3분의 1은 생리의 여파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일부 여성은 아주 혹독한 생리전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육체적으로도 유방통증, 복부팽만감 등 오만자기 다양한 불편을 겪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더 크다. 이유없이, 또는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닌데도 남편에게 마구 화를 내고 나면 다음날 어김없이 생리가 시작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더구나 나는 기분장애가 있는 정신질환 환자이다. 내가 그렇게 생리전증후군으로 힘들어하자, 나의 주치의 교수님께서는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해주시기도 했다.


당연히 100% 모든 여성이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주제를 평가할때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100%라는 개념은 찾기 힘들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생리주기에 따라, 혹은 출산에 따라 파도를 타는 것 과 같은 정신적인 괴로움을 겪을 수 있다.


요컨대 여성은 정신적인 아픔에 취약할 수 밖에는 없다. 긴 생리 기간 후에 갱년기 증후군까지 생각하면 여성은 여간 긴 세월을 호르몬의 변화에 눈치보아야 한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장단을 맞추며 살아야 하는 지 가늠할 수 없다.아마도 이런 이유로 여성이 정신질환을 가졌을 때는, 반대의 경우보다 더 치료가 힘들다고 한다. 여성의 호르몬 변화는 드라마틱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여성의 이런 변화무쌍한 모습들을, 실질적이고 복합적인 고통으로 인식해야 한다. 거대한 압력이 아닌, 일상의 이 작은 불편함들이 모여 큰 장애물을 만들게 된다. 일상적인 것이 소홀히 여겨지면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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