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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n 28. 2021

넋두리


스물둘. 어릴 때 직장 생활을 시작해서 안 괜찮아도 괜찮은 척하며 사는 법을 너무 일찍 터득했다. 이제 나는 스물여섯이 되었고 어엿한 5년 차 직장인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며 산다.


누군가는 그런다. 내가 남자들에 둘러싸여 일해서 더 힘들 거라고. 그런데 남자들에 둘러싸여 일하는 게 힘든 게 아니다. 몸은 아파 죽겠는데 일해도 일한 거 같지 않은 게 힘들다. 하라는 것만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는 게 힘들다. ‘그래 누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 살겠어’ 생각하면서도 답답하다. 분명한 건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난 내가 더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여기서 잘 해보고 싶었다. 어디서든 잘했으니까 여기서도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외국에서 너무 오래 산 탓일까. 아직도 한국이 익숙지 않고 어렵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스스로를 부정하면서까지.


어른이 되어간다는  어려운 일이다. 사랑도, 우정도, 인간관계도,  하나 쉬운  없다. 되려  어렵다. 내가 너무 부족하다. 결국엔 혼자다. 같이 있어도 외롭다.


약도 종류와 양을 바꿔서 좀 괜찮아진다 싶더니 이제는 약 자체가 물리기 시작했다. 약 먹기가 싫다. 안 먹으면 공황이 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괜찮은 척 웃는다. 내 안은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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