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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n 24. 2021

강박

예전에 나는 남자친구랑 한 번도 즉흥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 약속을 잡을 때 그 사람의 일주일 스케줄을 다 물어보고 내 스케줄과 일일이 비교해서 나름의 기준으로 언제 만나는 게 제일 좋을지를 매우 어렵게 결정했다. 그리고 계획이 어긋나면 화가 났다.


가구는 이케아에서만, 전자제품은 샤오미에서만 사고, 옷도 유니클로에서만 사고 싶었지만 그럴  없다는  깨닫고 (이걸 깨닫는 과정에서조차 매우 힘들었다.) 나름의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원피스나 니트는 아무리 디자인이 다르더라도 같은 색이   있으면  된다. 만약  벌이 되었다면 하나는 버려야 된다. 긴팔이나 반팔 무지 티는 같은 디자인, 다른 색으로  벌씩 있어야 된다. 규칙을 지키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하니 매우 힘들었다.


강박이 있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완벽할 수 없어.


그렇다. 우리는 완벽할 수 없다. 우리는 무한대의 경우의 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완벽하지 못한 게 당연한 일이다. 완벽하려고 스스로를 닦달하면 오히려 스스로를 해친다.


신만이 완벽할 뿐이다.
인간은 완벽을 소망할 뿐이다.
- 괴테


어쩌면 아직 내려 놓지 못한 거 같기도 하다. 지금 보니 내 글에도 구석구석 묻어있다. 문장 형식같은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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