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Jun 19. 2021

엄마, 나 아파.

얼마나 걱정하고 마음 아파할지 알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특히 부모님께 내가 조울증과 공황장애를 달고 살고 있다는 걸 말할 자신이 없었다. 사실 아플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죄송했다.


죄송한 것도 죄송한 건데 무서웠던 것 같다.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사람들에게 내가 이거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나한테 실망할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나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내 잘못을 먼저 집고 넘어가시는 분이셔서 더 그랬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브런치 글을 읽고 있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있었다. 그런데 동생으로부터 엄마가 새벽 기도를 나간다는 말을 들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엄마는 이미 많이 걱정하고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말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더라.


그러던 와중에 엄마한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말할 자신이 없어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았는데 엄마가 먼저 손을 내밀어 줬다.



엄마는 중국에서,  멀리서, 나를 안아주고 보듬어줬다. 내가 괜찮은지 번을 물었는지 모른다. 보고 싶었다. 엄마는 내가  알지 못할 만큼  사랑하나 보다. 아파서 미안해. 엄마,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