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못 찍어. 잘 찍는 여자를 못 봤어.
40명 정도의 부서원들 중 유일한 여자인 나는 몇몇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받고는 했다. 내가 여자라 못 찍을 거라고 선을 긋는 거 같았다. 오기가 생겼다. 그런데 상처 난 부위에 또 상처가 났다. 그리고 굳은살 때문인지 점점 무뎌졌다. 사실 무뎌지다 못해 흔들렸다. 의기소침해졌다. 그런데 선배 한 분께서 남자도 못 찍는 사람은 못 찍는다고, 그런 뭣 같지도 않은 말이 어딨냐고 하셨다. 잠시였지만 흔들렸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맞다. 여자라서 못 찍는 사람은 없었고 그건 편견 그 자체였다.
연합뉴스TV 여자애 실수했다.
나는 ‘연합뉴스TV 여자애’로 불렸다. 타사 여성 영상기자들도 다 똑같이 ‘(회사 이름) 여자애’로 불렸다. 그렇게 부르는 게 이름을 모르는 상태에서 더 편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만큼 현장에서 나는 항상 눈에 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못하면 더 크게 문제가 되고는 했다. 나는 내 존재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 더 잘해야 했다.
물론 나로 인해 여성 영상기자에 대한 인식이 나아져 여자 후배들이 한자리라도 더 차지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거야 정말 감사한 일이겠지만 애초에 그게 내 몫인 게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그게 어떻게 내 몫이란 말인가.
요즘 여자들이 남자들 자리 뺏는다니까.
최근 들어 나를 포함해 여성 영상기자들이 많이 뽑힌 건 맞다. 하지만 그래봤자 아직도 각사에 한두 명이 전부다. 아예 한 명도 없는 데도 있다. 현직에 계신 여성 영상기자들은 열댓 분 남짓. 말도 안 되는 성비다. 더군다나 여성 영상기자들 중 남성 영상기자들의 자리를 뺏은 사람은 없다. 그건 피해의식이다. 동료가 당당하게 차지한 자리이다. 폄하하지 말자.
그래도 공감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선후배들이 있어서 큰 힘이 된다. 묵묵히 도전하는 그들을 응원하고 또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