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를 다니며 선배들께 제일 많이 한 말은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신경 쓰겠습니다’ 이 다섯 가지일 것이다.
현장에서 그 순간 아예 못 찍거나 잘 못 찍으면 그 기회는 대부분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영상기자는 하루살이다. 평소에 아무리 잘해도 계속 잘해야 한다. ‘다시 한번 해주세요’를 못하는 경우에 내가 아예 못 찍었거나 잘 못 찍었으면 우리 채널에 그림이 아예 나가지 못하거나 계속 이상한 그림이 나가게 된다. 그래서 모든 현장에서 항상 책임감, 긴장감, 부담감을 느낀다.
한 번은, 현장에서 복귀하고 그림을 뽑을 때 보니 포커스가 다 약간씩 맞지 않았다. 카메라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걸 현장에 나가기 전에 미리 알지 못했고 현장에서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카메라는 내 개인 장비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스케치는 모두 자료화면으로 대체됐고 인터뷰는 어쩔 수 없이 중간중간 나가야 했다.
실수를 하면 선배들께 깨진다. 사무실에 욕이 오갈 때도 있다. AP에서 일할 때 한 선배께서는 내게 당장 짐 싸서 나가라고 하셨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깨져야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현장에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거 같긴 하다. 깨지고 나면 혼자 노트북에 그림을 띄어놓고 돌려보고 또 돌려본다. 내가 뭘 다르게 했었어야 할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빨리 괴롭운 마음을 다잡는거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