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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pr 05. 2021

영상기자는 기자다.

회사는 우리를 영상'기자'로 고용했다. 당연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영상기자들은 영상을 그냥 찍지 않는다. 취재하면서 찍는다. 우리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로서 시청자에게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파악한 객관적인 사실을 공정하게 그리고 균형있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대상을, 어느 앵글에서, 어느 높낮이로, 얼마나 멀리 혹은 가깝게, 어떤 무빙을 주면서 카메라에 담을지 생각하면서 찍는다. 같은 현장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모두를 찍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집회에서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집단이 충돌하고 있다면 우리는 두 집단을 비슷한 사이즈로, 한쪽 시선에서만이 아니라 반대쪽 시선에서도 찍어야 한다.


나는 과장된 연출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황사가 심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노랗지는 않을 , 심지어 그날이   만에 황사 경보가 있던 날일지라도, 황사가 심한  표현하려 켈빈값을 의도적으로 내려  노랗게 찍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시각적으로는 의미가 부각될지 몰라도 뉴스는 영화나 드라마, 광고, 유튜브 콘텐츠가 아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우리가 보고, 들은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내가 찍으라는 것만 찍으라니까요.


하지만 누군가는 우리를 그냥 기술자로 안다. 우리는 이거저거 찍으라면 찍어내는 기술자가 아니라 기자인데 말이다. 그걸 존중해 주지 않는 누군가를 만나면 참 씁쓸하다. 그래서 우리는 취재에 더 적극적인 태도로 참여해야 한다. 당신이 영상기자라면 당신의 영상은 글 없이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영상을 찍는 당신이 소극적인 태도로 취재에 임하는 순간 당신은 기자가 아니라 기술자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제는 누구나 영상을 찍고 편집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영상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지게 되었다. 영상기자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또 그와 충돌하는 많은 것들 사이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가며 윤리적인 보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는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를 다루는 능력 자체는 기술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파악한 객관적인 사실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능력은 기술이 아닌 저널리즘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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