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자들은 현장에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 현장에서 만나는 불편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확실히 해두자면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언론사와 기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선을 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 말이다. 홍콩에 있을 때보다 이런 사람들을 더 자주 만난다. 연합뉴스TV 이름 달고 취재하러 간 거니까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을 수밖에 없다. 대신 카메라 렉 버튼을 누른다. 혹시 모를 일에 증거는 있어야 하니까.
한 번은, 한 주택 건설 반대 집회 현장에서 어떤 남자가 어깨랑 등을 계속 밀쳤다. 참다못해 터졌다.
아저씨, 함부로 손대지 마세요.
그때부터 혼자 발악을 하더라. 자기가 언제 내 몸에 손을 댔냐면서, 고소하라면서, 자기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내가 일하면서 느낀 건, 내가 여자고 어려서 나이 많고 체격 있는 남자들보다는 조금 만만해 보이니까 시비를 더 자주 털리는 거 같다. 전자가 내 착각이라고 해도 내가 여자라는 거 그 자체로 시비를 터는 사람도 있더라.
한 번은, 광화문에서 있던 한 유세 현장에서 어떤 여자가 어제는 영등포 유세 현장에 연합 남자가 왔는데 회사 앞이라고 여자 보낸 거냐면서, 나보고 그렇게 남자보다 편하고 쉽게 일하면서 똑같이 돈 벌면 쪽팔리지 않냐고, 성인지 감수성 좀 키우라고 했다. 이년, 저년 쌍욕까지 했다. 참다못해 터졌다. 늦은 밤이라 피곤해서, 그리고 바로 전날, 발산, 잠실 유세 현장을 오디오맨도 없이 게다스까지 다 짊어지고 돌다가 발목을 살짝 삐어 와서 안 그래도 예민했다.
아줌마, 저 아세요?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아니나 다를까, 그때부터 또 혼자 발악을 하더라.
니들도 기사 니들 멋대로 쓰잖아!!! 새파랗게 어린년이 어딜 낄 때 끼지 말아야 할 때 구분을 못해!!!!!
참...... 할 말이 없어진다. 난 동네북도, 감정 쓰레기통도 아니다. 저런 사람들은 내뱉으면 그만이지만 듣는 사람은 기자이기 전에 노동자이고, 노동자이기 전에 사람이기에 상처받는다. 그걸 알 터가 있겠냐마는. 빨리 현장을 뜨는 게 답이라는 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