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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l 22. 2021

너무 가기 싫었던 나의 졸업식


대학교 졸업식 하면 떠오르는 건 학생들이 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던지며 수고했다고, 앞으로 꽃길만 걷자며 서로를 축하하는 모습일 거다. 평생 두고 볼 사진도 남기고 말이다. 나도 그런 졸업식을 꿈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난 알았다. 내 졸업식은 그런 모습이지 못할 거라는걸.


나는 일 년 조기 졸업을 했다. 동기들이 아닌 선배들 사이에서 졸업을 했다.


졸업식 몇 달 전, 나는 내가 꿈꾼 졸업식이 아닐 바에야 졸업식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가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사실 자격지심이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4년을 채우지 못했다는 . 학비 때문에 쫓기듯이 졸업을 해야 다는 . 졸업식 뿐만 아니라 대학생활 자체도 쫓기듯이 했다. 나한테는 항상 평범한  제일 어려웠다.


좋게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졸업식에 가지 않으면 상처투성이였던 대학생 시절을 그냥 없던 시절처럼 잊고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잊고 살고 싶었다.


하루는 친구가 나를 붙잡고 말했다. 진짜 후회 없겠냐고.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나는 후회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친구는 말했다. 일빠로 졸업하는 나를 격하게 축하해 주고 싶다고. 다시 오지 않을 졸업식인데 친구들이랑 같이 졸업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내 인생은 내 인생이고 내가 스스로 졸업하는 걸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들으니 멍했다. 나는 마치 남의 인생을 사는 사람처럼 내게 일어난 일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받아들였다면 내 대학생활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결국 너무 가기 싫었던 나의 졸업식에 갔다. 같이 졸업하지 않는 친구들이 모두 와 졸업식장 밖에서 나를 격하게 축하해 줬다. 평생 두고 볼 사진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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