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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l 06. 2021

이제야 아빠가 보인다.


아빠는 내가 파인애플이 먹고 싶다고 하면 매일 새벽 시장에 가서 파인애플을 사다가 일일이 손질해서는 내가 물려서 못 먹겠다고 할 때까지 파인애플을 먹이셨다. 내가 먹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걸 항상 다 할 수 있게 해주셨다. 아빠는 학원이 늦게 끝나면 항상 나를 데리러 오셨고 우리는 집에 걸어가는 내내 노래를 불렀다.


아빠는 동네에서 유명한 딸 바보였다. 실제로 동네 아줌마들이 아빠가 보이면 '저기 딸 바보씨 오시네'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빠는 내가 갓난 아기일 때부터 나를 업고 온 동네에 자랑하고 다니셨다고 한다.


그런데 예전에는 아빠의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거 같다. 당연한 게 아니었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다정한 아빠를 바랄 때, 나한테는 그런 아빠가 있었다. 나는 다 커서인 지금도 잘 때 베개를 들고 아빠한테 가고는 한다.


일할 때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그런데 예전에는 아빠의 희생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거 같다. 아빠는 회사에 나가서 돈을 벌어와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얼마나 많이 참고 견뎌야 했을지, 그게 또 나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죄송하고 감사하다. 아빠는 몸소 성실함과 책임감을 가르쳐주셨다. 심지어 아빠는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셨다. 직장인이 되어서야 그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건지 알게 되었다.


아빠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나는 화를 내고는 했다. 아빠는 그저 회사에서 쌓인 풀리지 않는 마음을 술로 달래보려고 했던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롭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아빠랑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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