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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n 11. 2021

애 쓰지 않고 편안하게


넌 좋겠다. 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 선배가 뜬금없이 내가 부럽다고 말씀하셨다. 네?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맞다.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고 그 좋은 사람들이 날 아껴준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는 날 좋아하는 백 명의 사람들을 두고 날 싫어하는 한 명의 사람에게 상처받았다.


세상에 어느 누가 본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쉽게 받아들이겠냐마는, 나는 유독 그 누군가가 나와 가깝든 멀든,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건 다른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에게 뭘 잘못했는지를 수백 번도 더 고민한다는 거다. 그렇게 고민하고 나면 나는 그 사람이 그럴만했다는 결론을 가지고 나를 탓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나를 탓하고 있는 나에게서 그 사람은 이미 떠나있다. 사실 한 관계가 무너진다는 건, 나 하나만의 문제도 아니었을 텐데 나는 떠나가는 사람을 두고 이미 상처받은 부위를 혼자 더 후벼파고 있었던 거다.


널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더 마음을 다하는 게 어때?


 곁엔 15 지기 친구들도 있고 7 지기 친구들도 있다. 오래 알아  만큼 서로에 대해 모르는  없는 친구들이다. 내가 제일 힘들었을   옆을 지켜줬고 지금도 조울증으로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옆을 지키며 내가 불안해할 때마다 나를 안심시켜 준다.


회사 선후배들, 하나뿐인 동기, 형님들도,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도, 깊게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지만 자주 뵙는 빨래방 아주머니도, 음식점 아주머니도, 편의점 아저씨도 나에게 따뜻한 한마디와 함께 위로와 응원을 보내 주신다.


물론 나는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부족한 나를 내몰지 않고 지켜봐 준다. 이제는 어렴풋이 알겠다. 날 알아봐 주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한 건 아니다. 그 사람들은 그냥 그런 거다. 그런데 누군가는 나를 알아봐 준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잘 하는데 쓸 시간과 체력도 부족하다. 이렇게 애 쓰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하나, 둘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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