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May 27. 2021

나는 분홍색보다는 하늘색이 좋다. 보라색이 가장 좋고.

내가 여리여리하게 생기고 감성적인 걸로 날 ‘여성스럽다’고 평가하고 메이크업에 서툴고 헤어, 바디 용품에 관심이 없고 네일에 신경을 안 쓰고 털털하고 표현에 거침이 없는 걸로 날 ‘여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래서 여성스러운 걸까 그러지 못한 걸까?


생각해보면 내가 여리여리하게 생기고 감성적인 것도 맞지만 메이크업에 서툴고 헤어, 바디 용품에 관심이 없고 네일에 신경을 안 쓰고 털털하고 표현에 거침이 없는 것도 다 맞다. 그러나 그걸 ‘여성스럽다’, ‘여성스럽지 못하다’로 평가하기엔  내 안에는 앞서 나열한 예들 외에도 너무나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한다. 그 모습들은 때로는 조화롭게 때로는 조화롭지 못한 채로 존재한다. 그런 ‘나’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여성’이라는 집단 속에 넣어버린다면 ‘나’는 어디 가며 그 집단 속에 또 나와는 다른 다양한 모습들로 이루어진 사람들은 어디 가는 것일까? 그것은 사회가 은연중에 ‘나’에게 ‘나’ 자신보다는 ‘여성’임을 강조하는 것일 것이다.


‘나’에게 ‘나’ 자신보다는 ‘여성’임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여성스럽다’라는 말엔 대체 무엇이 내포돼 있는 걸까? 그것은 연약하기에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미나 조신하게 말과 행동을 하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보기에 좋아야 한다는 의미인 건 아닐까?


반대로 ‘남자답다’, ‘남자답지 못하다’라는 말엔 남자는 무조건 강하고 씩씩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건 아닐까? 남자도 근육질 몸매가 아닐 수 있고 호리호리할 수 있으며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고 삐지고 싶을 때 삐질 수 있고 소심하고 배포가 작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내가 감히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이 유독 ‘여성스럽다’, ‘여성스럽지 못하다’, ‘남자답다’, ‘남자답지 못하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  같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 때도 있다. 앞서 나열한 예들도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내가 부정적으로 해석한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든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든 누군가를 그렇게 평가하는  자체가 생각해 보아야  문제라는 것이다. 여성은 사회가 정해준 여성의 모습대로 남성은 사회가 정해준 남성의 모습대로 살아야 한다고 서로 강요할 필요가 없다.


치마가 편하거나 멋지다고 느끼는 남자아이에게 여자만 치마를 입을  있다고 말하지 않는 어른들이  수는 없을까?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교복으로 치마를 입을지 말지를 선택할  있는, 그리고 치마를 입겠다고 선택한 어떤 학생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각자 본인이 원하는 대로 아름답게 살아갈  있는 세상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엄마의 삶을 찾아나서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