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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l 26. 2021

내 전전전- 남자친구는 코피노였다.

내 전전전- 남자친구는 코피노였다. 코피노란 코리안 필리피노를 말한다. 일부 한국 남성들이 공부, 일, 여행의 목적으로 필리핀에 가서 필리핀 여성들과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가져 생긴 아이들이다. 대부분 임신 여부조차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 사람은 스무살 후반의 나이에 번듯한 직장도 있었고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사는 사람이었지만 아버지를 찾고 싶어 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을 낳은 후 홍콩인 남성과 가정을 꾸린 어머니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이복동생들과 살았는데 그들 모두 그 사람이 아버지를 찾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으나 나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포기한 지 오래였다.


그 사람은 그 긴 여정 속에 혼자였다. 더 안타까웠던 건 그 사람은 아버지가 그 사람을 찾고 싶어도 못 찾는 걸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하루는 그 사람이 출생신고서를 꺼내 내밀었다. 그 사람은 아버지가 사실 한국어 이름을 출생신고서에 써놓으셨다고 말했다.


이름이 있으니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은 내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민 출생신고서에는 말도 안되는 한국어 이름이 쓰여 있었다. 예를 들어, ‘김띿’ 이렇게. 고민했다.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거 이름이 좀 이상해...


그 사람은 그날 펑펑 울었다. ‘아버지가 왜 그러셨을까? 어떻게 가짜로 출생신고서를 적을 수가 있어? 차라리 적지를 말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한국인으로서 쪽팔렸다.


나는 그 사람과 여느 커플들이 헤어지는 평범한 이유로 헤어졌다. 하지만 너무나도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람  사는데요.  사람이 제일 아프고 힘들  되돌이표처럼 아버지를 찾아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럴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나요? 동남아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도 되나요?  사람들도 사람이에요. 책임지지 않을거면 어느 나라에 가서도 절대 그러지 마세요.  인생이 달렸잖아요. 당신의 쾌락과 맞바꿀  없는  인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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